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멍하니 빨래를 하고 밥을 먹고 합격 수기 하나 읽고 단어 좀 보다가 독서실에 왔다. 지겹고 오기 싫고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 아픈 곳. 비좁고 답답한 공간. 그런데 느지막히 온 독서실 커튼을 걷고 내 의자를 보니까 내가 갈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무작정 남자친구를 보러 가고 싶지만 지하철 타고 가면 한 시간 반은 걸린다. 남자친구도 내일 출근해야 되니까 나도 공부해야 되니까... 무엇보다 왔다 갔다 하면 피곤하다. 보면 좋은데 보고 나서의 허무감과 피로가 장난 아니다. 카페? 카페를 정말 좋아하지만 공부의 집중도는 현격히 떨어진다. 카페는 차 마시고 디저트 먹고 좋아하는 책 읽고 대화를 나누는 곳이다. 집중해서 암기하는 수험 공부를 하기엔 적합하진 않다. 아무튼 결국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 이 독서실 내 자리란 생각이 들었다. 나를 가장 필요로 하고 내가 가장 필요한 곳이 바로 지금 내가 앉아 있는 곳이다. 지금은 여기가 내 자리. 합격하면 사회인으로서의 내 자리가 생기겠지. 눈 앞에 어지러히 붙여 놓은 노란 포스트잇들이 언제나 나를지켜 보고 있다. 격려의 말들과 외워야 할 것들. 작년에 공부 시작하면서 너무 적응이 안 되어서 잔인한 사월이란 노래에 빠졌는데 이제 다시 사월이 오는구나. 끝까지 무너지지 말자. 나는 생각보다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