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2629 , 2014-10-09 02:29 |
오늘 새로운 수업을 하나 시작했다.
롱다리에 웃음이 예쁜 여 중학생.
크면 수녀가 되고 싶고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운동회 때 걷고 뛰어보는 거란다.
부유한 동네, 좋은 집, 교양있고 어진 부모님과 사는 그녀는
출생시 뇌손상으로 인한 전신마비이다.
아는 후배의 소개로 시작한 그녀의 '언어'를 다루는 일은
오늘 그녀도 나도 긴장한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호흡이 짧고 많은 말을 하게 되어 숨이 찰 때도 있어 보였다.
턱과 볼, 혀를 마사지하는 내 손이 오히려 경직되어 왠지 그녀를 불편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휠체어에 벨트를 매고 앉은 아이는 생각보다 어른스러운 말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힘들고 아파도 물리치료를 받는 것은 친구들을 위한 거란다.
그 나이에는 친구가 소중하니까 아마 보다 나은 상태로 또래와 어울리고 싶겠지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는 길.
긴장이 덜 풀려 잘 먹는 내가 배고픈 줄도 몰랐다.
머릿 속에 드는 생각이 참 많다.
이 가정에서 그녀는 충분히 사랑받고 있구나
내 마음은 그녀보다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친구를 설명할 때 걸을 수 있는 친구와 아닌 친구로 특징을 표현하는 그녀는 소박하구나
나에게는 그녀가 사는 집이나 부모님, 밝은 마음이 부러워 보이는데
그녀가 가지지 못한 단 하나가 어쩌면 아무렇지 않게 내 허리 아래 기능하고 있는
걷고 뛸 수 있는 다리라고 생각하면 어른인 내 마음이 너무 부끄럽다.
처음에는 부럽고 부끄러워 내가 참 작아보였는데
사람은 원래 가지지 못한 것이 부러운 법이니 이런 생각. 할 수 있는 거겠지
다음 수업을 미리 생각하면 어른마음 아래 잠들어 있는 어린 내가 울컥하여
어떤 사명감이나 책임감이 생겨나려고 한다.
앞으로 나는 그녀에게 어떤 말을 보여주어야 할까
나
그녀와
좋은 하모니를 만들어가고 싶다
대단하지 못한 내가 보다 잘 해야겠네 ^^
억지웃음
14.10.09
좋은 선생님과 좋은 학생이 만났네요 ^^ |
볼빨간
14.10.15
고마워요 동생 흐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