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向月
  청춘연가 - 넬   지난 이야기
조회: 3240 , 2014-12-16 12:57
 그땐 잘 몰랐고 그래서 무모했고 또 그래서 더 아름다웠던 것 같아.
 상처를 주고 받고 하는게 사람이고, 굳이 그걸 겁내진 않았던 것 같아.
 
 닦아내면 그만인 게 눈물이니까.
 안고가면 그만인 게 또 기억이니까.
 가끔은 아직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어.
 하지만 이내 다시 또... 
 
 뭔가 좀 낯설고 익숙하진 않아도 또 그래서 더 아름다웠던 것 같아.
 부서질 정도로 힘껏 부딪혀보고 그러는걸 겁내진 않았던 것 같아.
 
 버텨내면 그만인 게 아픔이니까.
 안고가면 그만인 게 또 슬픔이니까.

 가끔은 아직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어.
 하지만 이내 다시..
 두려움이 앞서고 마음이 무거워져
 어느새 또 입가엔 한숨이 맺혀.

 시간은 날 어른이 되게 했지만 강해지게 하지는 않은 것 같아
 시간은 날 어른이 되게 했지만 그만큼 더 바보로 만든 것 같아

 그땐 잘 몰랐고 그래서 무모했고 또 그래서 더 아름다웠던 것 같아.
 부서질 정도로 하는게 사랑이고 굳이 그걸 겁내진 않았던 것 같아.
 








 쑥쓰럽다고 웃으며, 내게 고백하는 당신.
 내가 가장 좋다고,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말한다.
 그런 당신을 마주보고, 내 코와 당신의 코를 부비며 나도 사랑해, 하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당신은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 볼에 입을 맞추고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 내 어깨를 안는다.
 
 나는 행복하면서도 눈물이 핑 돈다.
 이 순간뿐이라는걸 알아서.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당신의 진심이 전해져서 또 행복하다.

 몸상태가 좋지 않아서, 열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고 기운없이 있는 나에게
 절에 갈까? 하고 바람쐬러 가자며 나오라 한다.
 송림사에 가서 바람을 쐬고, 동명지를 걷고, 근처 오리고기집에서, 오리구이를 먹고.
 야채와, 오리고기 조금,그리고 영양밥과 죽을 겨우 먹는 내게
 당신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괜찮다고 웃고, 항암에 좋다며 동동주 한잔을 부어놓고서, 두모금 마셨다.
 크.. 쓰다- 하며 인상쓰고 당신은 내 미간에 주름 생긴다며 검지로 이마를 누른다.
 
 일요일엔 당직을 서고 돌아온 당신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소고기국에 국수를 말아먹는 육국수를 반그릇 먹고, 야채쌈을 먹고.
 돌아와 당신을 안고 티비를 본다. 그러다 까무룩 잠이 들고,
 못 일어나겠다고 징징거리고, 계속 이렇게 껴안고 잠들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 와중에, 나는 내 생활을 조금씩 이어가고 있다.
 역사논술 시험이 19일이라, 준비를 하고- 책도 읽고
 못 본 영화도 보면서.
 대한민국의 암울했던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나름대로 역사의식도 갖게 되고
 또, 교정 범죄학을 공부하고.
 덤으로- 친한 언니의 정신심리학 공부를 도와주며 같이 심리학도 배우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도 주고받으며.
 음. 
 프로이트가 문제라고, 나는 결론을 내였는데.
 그당시에는 뭐, 엄청난 연구결과였지만, 지금 사회에서 동성애라는건
 하나의 현상정도..?
 그걸 일반화 시킨다는게 큰 오류가 아닌가 하는 생각.
 크게 동성애에 혐오한다거나,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편은 아니라...
 암튼, 좀 더 공부해보고 생각해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ㅎ

 
 돌아오는 일요일엔 나는 나대로, 당신은 당신대로 결혼식을 가야하고.
 나는 웃으며, 일요일엔 당신 친구들한테 양보할께, 난 착한 여친이니까! 하고 말하니
 너도 결혼식가면서 양보는 무슨~ 하고 웃는다.
 난 갔다가 금방 오지만, 당신은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 보는거라 한참 놀다가 올꺼잖아~ 흥, 하고
 투정부린다.
 토요일엔 호빗이나, 국제시장 영화를 보러가자고 하고.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돌아오는 주말엔,
 예천-문경으로 여행가고 싶은데, 시간이 되려나 모르겠다.
 감마나이프 하기 전에, 복이아저씨도 보고싶고, 당신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같이 잠들었다가 아침에 같이 눈떠서 일어나고 싶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면도도 해주고 싶고. 풉.
 
 아프거나, 힘이 들때-
 사는게 무기력할때마다, 얼마 전 당신이 내 손에 끼워준 반지를 바라보게 된다.
 1년 전부터는 목걸이 팬턴트를 잡고 살짝 당겨보는게 습관이었는데...  
 


 넬의 새 노래가 나왔다. 청춘연가.
 울림에서, 소식지가 날아와서 봤더니 넬의 신곡이라고.. MV를 보고
 듣고, 또 듣고.
 약간 예전의 느낌이 난다... 내가 21살이 되던 해에 나왔던 앨범, 맞나?
 백색왜성과 미아. 의 느낌과 조금 더 성숙해진 김종완군의 목소리와 감성.
 시간이 지난 뒤에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 
 
 .. 나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게, 그랬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상처받는것도 눈물 흘리는 것도, 부서질정도로 사랑하는게 당연하다고,
 겁내지 않았다고, 무섭지 않았다고.
 나는 파도 같았다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그랬었다, 라고 말하는 것보다
 시간이 지나서도 난 그렇다, 라고 말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서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때도 내 사랑은 무모할 정도로 겁이 없고
 부서질 정도로 하는게 사랑이라고, 그게 당연한거라고.



무아덕회   14.12.16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셨어요? 개봉전에 '촉'이 왔지만, 지금 '대박'은 예상못했답니다...아마도, 울고싶었는데 제대로 '울려주는 무언가'를 만났기 때문이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추천해드려요. (참고로, 저는 영화 끝나고 밝은 곳에 잠깐동안 못 나올 정도로...ㅋ)

向月   14.12.16

개봉날 봤어요. 사실, 그날- 보고 연락드리려 했는데 운다고......;;;; 아 부끄;
진짜 대박이죠. 워낭소리 이후, 독립영화의 대박. 제가 젤, 느낌있게 본 건 똥파리..;(독립영화 중에서) 요즘 양익준 감독이 브라운관에서도 보이더라는; +ㅅ+

무아덕회   14.12.17

인구에 회자되는 독립영화가 거의 다큐라...독립영화에 극영화가 없는줄 알겠어요. (그래서 똥파리가 극영화로선 매우 귀한 존재. ㅋ) 양익준은 원래 출발이 배우였고, 나중에 직접 연출할때도 자기 배우 출연료를 쏟아붓는식으로 만들었으니 가장 이상적인 독립영화인이었다고 할까요? ㅎㅎ

向月   14.12.17

똥파리 배경이 된 집도, 양익준감독의 전세집으로 알고있어요. 다 쏟아붓고 또 본인이 연기하고 연출하고. 그때, 심야로 봤는데, 정말! 돌아다니면서 만나는사람들에게 꼭보라고 추천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