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볼빨간
 불꽃놀이 벌어지다   2001
눈물 가득 조회: 1906 , 2001-10-15 04:05
일어났다 =_=
엄마가 잔소리를 시작했다.
엄마가 한번 연 입은 내내 떅땍거렸고 드뎌는 나도 화가 났다.
내가 화가 난건...엄마가 하는 말씀에 아무런 변명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구절절 옮은 말이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허리에 손 딱 얹고 큰 소리로 마구 궁시렁대떠니 드뎌...드뎌...엄마가 날 때리기 시작했다. ㅜ.ㅡ
올 좀 많이 맞았다. ㅡ.ㅡ
얌전히 맞고있는데 아파서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나니깐 아침에 충혈되어 있던 눈이 더 빨개졌다.
나를 때리던 엄마가 의자에 앉아서 또 떅땍거리기 시작했고...드뎌는 엄마가 우신다.
엄마와 나의 욕구가 충돌해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벌어진 거다.

내가 불만스러웠던 것은.
일어나는 순간부터 퍼부어지는 엄마의 잔소리..혼자서 먹어야되는 밥..반찬없다고 하면 엄마가 해놓는 내가 싫어하는 반찬..요즘 가게가 잘 안되니까 월급도 노~그래서 돈은 궁하고..딴데서 알바를 해보고싶은데 가게에서 일안하면 아예 너 혼자 먹고 살아라는 식의 늘상 되풀이되는 협박비슷한 아빠의 말씀..대충 이런거.

내가 생각하는 엄마의 잔소리의 근원은.
스트레스+게을러터진 딸에 대한 분노(?)
장사도 잘 안되는데다 가게에 넣어둔 고기가 자꾸 죽으니깐 점점 신경은 날카로워지는데 딸이라고 있는게 밥안주면 먹고 다니지도 않고 빨래는 쌓아놓고 방은 거지조카처럼 해가 댕기고 머리는 노랗고 반찬해놔도 안먹으니깐 아예 안해놓는데 이 딸이란 년은 안해놓는다고 안먹는다카고..그래서 인간되라고 잔소리 좀 했더니 이게 허리에 손 딱 괴어서 어른 앞에서 큰소리로 말대꾸나 해샀고..이 못된 년.

대꾸 할 말이 없어서 눈물이 나고...맞은게 아파서 눈물이 나고...엄마 말이 다 맞기 때문에 눈물이 났다.
아빠가 좀 제대로 처신을 해서 살았으면 엄마나 나나 고생을 안했을 텐데..
내게 이러는 엄마가 미운데 불쌍했고
우리를 이런 상황으로 내몬 아빠가 미운데
아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된..조금쯤 철이 들어버린 지금의 처지가 넘 서러웠다.

울음으로 터트려버리면 그 후에는 더 냉정해지는 법이다.
의자에 앉아 조용히 우는 엄마를 뒤로하고 가방을 가지고..지갑을 가지고..밖으로 나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게 있다.
누가 뫼비우스의 띠 얘기를 했더라..
엄마와 나는 뫼비우스의 띠 위를 돌고있었다.
두개의 점이 돌다가 결국엔 하나의 지점에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띠 자체를 끊어버리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그 부딪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나를 변호하는 변명치곤 궁색하기 그지없구나ㅡ

도서관으로 가야했다.
벌써 많이 늦었다. 자리가 없을텐데...
가보니 역시나 자리가 없다. 나는 넓은 책상을 좋아한다.
어쩌다가 참 운이 좋게 넓은 책상이 잔뜩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제발 엄마와 내 마음도 이 책상처럼 푸근해졌으면 좋겠구나...

아무 생각도 없이 공부만 했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기를 바랐는데, 엄마의 모습이 눈에 계속 아른거린다....

엄마 미안...내가 잘못했어..

이렇게 해결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해결할 수가 없다.
원인을 아는데도 손을 댈 수가 없다.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 이 마음을 나도 참...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ㅡ
이젠 무뎌져버린 상처를 한번 헤집어보도록 하지.
내게 사랑이 있었다. 있었다..과거형이다. 가게를 오픈 할 때쯤 사랑과 조우를 했고 사랑이 떠나버렸을 때 가게가 한참 잘되었을 때다.
가게...나아가 부모님.
감수성 풍부했을 고등학교 때도 사랑이란 게 뭔지 몰랐는데...
겨우 알게된 사랑이 부모님 때문에 날아가버렸다.
아니...어쩌면 부모님 때문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매우 큰 원인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반년이 훨 지났는데..사랑에서는 극복되었지만 앞으로 더 큰 사랑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상처가 무던히 컸나보다.
이렇게 부모님이 미운 걸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게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 뿐이었던 거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미워해야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음...
내 안에서 참 버겁게 느껴진다.
사랑이 뭔데 날 이렇게까지 바꿔놓았는지...참...어렵다


일기를 안썼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하다말고 컴터를 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