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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취업 고민   huit.
조회: 2213 , 2018-03-05 23:33


2월에 졸업을 했다.
겨우내 여행을 다니느라 잔고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귀국한 뒤로는 내내 아르바이트만 했다.
이제 겨우 잔고가 플러스로 돌아서서,
앞으로에 대해서 요며칠 생각을 해보는 중이다.

졸업을 했으니,
새로운 선택을 할 시점이 찾아왔다.
원래는 대학원 유학을 가고 싶었다. 
심리학이나 기후 관련해서-
하지만 그러려면 또 돈이 필요한데, 
당장은 돈이 없다.

그래서 뭐든 일을 해야하는데,
이제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하는 일에 조금 지쳤다.
숟가락으로 쌀독 채우는 느낌이다.

누구는 국자를 갖고 있고,
누구는 삽을, 다른 누군가는 쌀독을 자동으로 채워주는 기계를,
혹은 자신 대신 일 할 사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 손에 쥐어진 것은 딱 숟가락 하나.
나는 그것으로 열심히 쌀을 퍼담고 또 퍼담아 겨우 쌀독 하나를 채운다.
그걸 가지고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열심히 뛰어다닌다.
쌀독은 금방 동이 나고, 나는 더 나아가지 못하고 다시 처음부터 
새로운 쌀독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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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하니 자본주의의 룰에 화가 나면서도,
그리고 그동안 그 룰에 타협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도
쌀을 퍼담으면 퍼담을 수록, 
지쳐가고, 힘들어진다.
숟가락을 삽으로 바꿔야 하고, 그 삽을 다시 기계로, 혹은 사람으로
바꿔야 이 지긋지긋한 챗바퀴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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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바꿀 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숟가락만 쥐고 있어서는 지쳐서 나가 떨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삽 정도는 갖고 싶다. 그러면 쌀독 채우는 데 드는 에너지와 시간이 좀 덜 들어가겠지.

그래서 생각한 게 일단은 취업을 하자는 것이다.
물론 머리로는 안다.
모두가 삽이든 숟가락이든 내려놓고 쌀독 채우는 것을 멈추고,
쌀독이 아무 의미도 가질 수 없게끔 새로운 룰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더 많이 갖기 위해, 내가 가진 안 좋은 조건에서 벗어나기 위해,
게임의 룰에 순응하는 것이 결국은 이 체제를 유지한다는 걸.

그걸 7년 동안 대학에서 배웠다.
교수는 말했다. 스펙 쌓는 것보다 거리에 나가는 게 오히려 잘 살게 되는 더 빠른 길일 수도 있다고.
공감했다. 모두 거리로 나가 이 게임의 룰을 인정할 수 없다고 외치는 게,
뼈빠지게 불공평한 룰을 극복해나가는 것보다 훨씬 빠른 길일 수도 있다고.

그런데 룰은 바뀔 길이 요원하고, 나는 지금 숟가락질이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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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공기업 취업에 대해서 좀 고민해봤다.
어딜 가야 노예처럼 쥐어짜지지 않으면서 돈도 벌 수 있을까 알아봤는데
공기업이 연봉이 높았다. 
특히 관심이 갔던 건 인천국제공항공사.
여행을 좋아하니 공항을 여러 번 다녔고, 다른 나라 공항도 많이 다녀서
그냥 끌렸다. 

어딘가 멀게 보였던 세계의 문을 연 기분이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공무원, 공기업 준비를 하는 지 이제는 이해가 된다.
자격증은 도대체 왜 따는 걸까 궁금했는데 이걸 하려고 따는 거였구나.

공기업이 내 적성에 맞을 지도 모르겠고
내가 '해볼까'라고 쉽게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곳도 아니다.
나처럼, 혹은 나보다 더 절실하게 이곳을 준비하고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에 비해 나는 준비한 것도 별로 없고,
있어봤자 영어? 혹은 대외 활동들?
아무튼
그냥 27년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오늘 하루 종일 고민해보아서 정리를 좀 하고 싶었다.
공무원은 절대로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공기업이라니.

반반이다.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전혀 안 맞을 수도 있겠고.
어쨌든 이건 하나의 선택지이고, 
차근차근 다른 것들도 알아봐야겠다.

내가 관심 있는 것들은 외국어, 여행, 심리학, 기후, 환경, 여성학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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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항목들은,

1. 나를 쥐어짜서 조직을 운영하는 곳이 아닐 것. 

그런 의미에서 사기업이나 사회 운동 같은 곳이 조금 꺼려진다. 
극과 극인 두 분야들이지만, 둘 다 일 하는 사람들을 쥐어 짜서 돌아간다는 점은 같다.

2. 내가 잘 하고 좋아하는 일과 관련이 있을 것.

아무 관련이 없거나 내 가치와 맞지 않는다면 안 된다. 
인생은 가슴으로 살아야 한다...뭐 이런 거창한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지도 않고 잘 하지도 못하면 오래 유지가 안 된다. 언젠가 폭발해서 뛰쳐 나올 듯.

3.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되는 수준의 급여를 받을 것.

별로 필요한 돈이 많지는 않은데 결혼을 할 지 안 할 지 모르겠어서,
노후를 생각해야 하긴 한다. 물려 받을 재산도 없다.
부모님 당신들의 노후 자금이 있을 지도 의문이라, 아마 나랑 동생이 부양해야 할 것이다.
부모 둘 다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아니어서 국민연금도 적을 거고.
뭐 어쨌든 이러저러한 것들을 따져서 인간답게 살 정도의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

4. 내 생활이 있으면 좋다.

여가, 저녁 시간, 공부할 시간 등이 있으면 좋다. 
매일 아침에 출근해서 새벽에 들어오는 일상은 제발 싫다. 
인생이 피폐해질 것이야. 내가 미친듯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모르겠는데,
좋아하는 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면 부당한 것이다.
수당도 못 받고 야근하는 친구들이 수두룩하다.
행복하지 않아 보인다. 매일 야근하기 싫다, 퇴사하고 싶다는 소리.
아팠던 친구들이 퇴사하고 나면 싹 낫는다, 몸도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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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머리가 복잡해서 글이 뒤죽박죽이다.
아직 조금 더 알아볼 것들이 남았으니 이번 주는 이것저것 알아보고
사람들 만나서 물어봐야겠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들 후보는, 
심리상담사, 통번역가, 혹은 공기업(인천공항).
전에 상담 받았던 상담사분께 심리상담사에 대해서 여쭤보구,
통번역은 전에 통번역 과정 들었을 때 알게 됐던 번역가 선생님들한테 한 번 여쭤봐야겠다.
공기업은 채용 박람회 가보고!

오랜만에 머리를 굴리니 
머리가 아프면서도 의지가 샘솟는다.
인생 초반에 산전수전 다 겪고, 나름 잘 성장해왔다고 생각한다.
남들에 비해 보이는 것이 남지는 않아서 뒤쳐진 것 같고 막막하지만,
갈수록 배우기 힘든 소중한 것들을 많이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저 순서가 다를 뿐. 이제 나는 내게 부족한 것들을 한 번 채워봐야지.

현실 감각과 돈! 
열심히 해봐야겠다.

억지웃음   18.03.08

하나님께 어울리는 좋은 곳을 찾으면 좋겠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직장도 직업도 인연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항상 원하는 삶을 사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