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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ol
 봄비내리는 아침   일상
조회: 2036 , 2018-04-22 17:40
우산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이렇게 맑고 경괘하고 기분좋은 소리였던가.
땅으로부터 코끝까지 화악 닿아오는 비냄새를 맡으며 걸었다.

비를 맞으면 초록이 더욱 짙은 초록이 된다.
빗방울 머금은 철쭉이 수줍게 빛난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한국의 비는 그닥 나쁘지 않다는 것. 

초등학교 5학년 첫학기가 시작된지 얼마안되었을 무렵,
봄비가 내리는 아침이었다.
아마 신발이 엉망으로 젖어버려서 그닥 신나는 기분은 아니었던 것도 같은데...
학교에 도착했을 때 칠판위에는 어려운 과학문제나 지겨운 수학문제가 아닌
여느때와는 조금 다른 아침자습 문제가 적혀있었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사실 정확한 문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봄비와 관련된 기억, 봄비가 오는 것에 대한 느낌, 생각 따위에 대해 적어보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때 부터 였던것 같다.
우리 담임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 건.
영화 레옹의 하늘거리는 커텐을 좋아하게 된 것.
그리고 -아마도- 비오는 날이 그닥 싫지 않게 된 것도.

주말동안 이 비가 미세먼지를 말끔하게 씻어주었으면.

나는 한국의 비오는 날이, 한국의 봄비가 그닥 싫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