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소꿉친구를 만났다.
함께 밥을 먹고 쇼핑센터를 돌아다녔다.
연보라색 티셔츠를 샀다.
잃어버렸던 색감을 찾은걸까.
지난 겨울부터 내 옷장은 검은색, 흰색, 회색 일색이었다.
취향이 깔끔해진 것, 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랜만에 보라색, 분홍색이 더해지니 신이 났다.
그저 여유가 없어 옷을 사지 못하고 있었던 것 뿐이었나보다.
슬럼프다,
삶에 대한 중대한 고민을 하는 중이다,
우울하다,
등등 그동안의 내 상태를 진지하게 진단하곤 했다.
인생의 허무함, 세상살이의 고단함, 같은 것으로.
하지만 별 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돈이 없는 것.
인생을 어떻게 살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라-
진짜일까.
혼자 심각한 것 아닐까.
가끔 답은 아주 간단하고 나 자신은 사실 별로 그렇게
복잡한 사람이 아닐 때가 있다.
수 년간 진리를 찾아 떠돌았다는 니체,
같은 시기를 맞고 있는 걸까 싶지만
사실은 그냥 돈이 없어서 우울한 것일 수도.
머리 비우고 돈이나 벌어보아야겠다.
방이 어둡다면 그 방 안에 앉아 어둠에 대해 탐구하며
어둠을 어떻게 퍼낼 지 궁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손 뻗어 불만 켜면 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런 시기는 아닐까.
진짜 고민과 가짜 고민을 구분해야 한다.
질문이 옳아야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가볍게 생각해보자.
단순하게.
세상은 복잡해도 나는 의외로 단순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