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다투는 이유는 집집마다 다르고, 여러가지 있겠지만,
우리집의 경우는 "남편 시집살이" 이다.
이것은 내 관점이고,
남편의 입장에서는 "마누라의 집안일 소홀함" 또는 "덜렁거림" 쯤 될 것같다.
정말 돌아보면 우리는 결혼 후 싸웠던 그 수 많은 싸움의 9할이 집안일 때문이었다.
나는 한다고 하는데도, 남편이 보기에는 마뜩잖은 것이다.
어제도 밥솥 때문에 또 싸웠다.
토요일에 친하게 지내는 몇 가정이 모여서 같이 피크닉 갔는데,
각각 음식을 가져오기로해서 나는 김밥을 쌌다.
네가정이 모이니, 어른만 8명. 한 사람당 한줄은 먹어야 하고.
그래서 12줄 싸서 갔다.
밥을 짓고 소금, 참기름 간을 해야하니 큰 볼그릇에 담아서 양념을 버무리는데,
밥을 푸고는 바로 보온을 껐다.
왜 껐냐면 지난번에 남편에게 밥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보온 안 꺼뒀다고 한소리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밥 푸면서 보온 취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어제. 피크닉 다음 날.
남편 저녁 차려주고. 밥을 퍼야하는데. 남편이 밥통을 열어본다.
그러더니 밥이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왜 보온을 안해놨냐고 난리 난리.
여름인데 밥 쉬면 어쩔거냐고 잔소리 잔소리.
내가 미리 껐던 거는. 김밥 말다보면, 밥만 부족해서, 더 퍼서 간하고 더 말아줄 때가 있기 때문에. 그럴 줄 알고 미리 보온 취소를 했던 것이다. 혹시 또 까먹을까봐.
그런데 이번에는 생각보다 추가로 밥이 더 필요하지 않았고, 솥에 밥이 꽤 남아있게 되었다.
나는 김밥 다 말고 나서는, 설거지, 아기짐 빠진 것 없는지 챙기고, 김밥 도시락 통에 담고,
이거저것 하느라 밥솥 한번 더 확인하는 걸 못했다.
그래서 남편한테 이렇게 된 사정 아니냐 했더니.
그럴거면 김밥하지 말란다. 어차피 니가 다른 사람들한테 생색 내려고 하는 거 아니냐며.
말을 꼭 왜 저렇게 하는지.
몇번 받아치다가. 그냥 알겠다고. 앞으로 김밥 안하겠다고 했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인 걸 어쩌라고.
2년 동안 연애하면서, 덜렁인 거 다 봐서 알면서.
나도 한다고 하는데. 그래도 마음에 안든다, 하면. 나도 발끈한다.
남자 속 좁으면 더 무섭다더니.
한번씩 밴댕이 소갈머리 진짜 징글징글 하다.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고는 해도,
누가 내 손 잡고 끌고 들어가 결혼 한 거 아니고
내가 선택했으니, 내 눈 쑤셔야지.
이번 거는 한 일주일 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