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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전경과 배경   neuf.
조회: 2495 , 2019-02-22 23:54

인지의 대상은 전경과 배경으로 구성된다.
전경은 주로 인지하는 대상,
배경은 말 그대로 그 뒤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주로 전경에 주목하고 독립적으로 인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경은 배경의 인지에, 배경은 전경의 인지에 영향을 끼친다.

만약 우리가 배경과 상관 없이 전경을 독립적으로 인지한다면
배경색이 무슨 색이든 동일한 밝기로 인식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색을 인지할 때 주변색에 영향을 받는다.

색뿐 아니라 사물의 크기나, 
현상 혹은 감정까지도 배경에 따라 전경을 다르게 인식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은 '배경 바꾸기'를 연습하는 중이다.

보통 새로운 시각을 갖고 싶거나
대상에 대해서 달리 생각하고 싶을 때
주로 그 대상 자체를 다르게 생각하려 애를 쓴다.
주변에서도 그렇게들 이야기한다.
'좋게 생각해봐'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잖아. 다르게 생각해봐.'

하지만 배경을 그대로 두고 전경을 다르게 보려고 애를 쓰는 것은
인지 과정을 조절하겠다는 것과 같다.
물론 조절할 수도 있지만
조금 비효율적이랄까?
뇌가 편안하게 생각하는 인지 방법이 있는데
그 자체를 바꾸려고 하면 큰 정신력이 들어갈 뿐 아니라
지속하기도 힘이 들기 때문이다.

착시 이미지를 볼 때
이게 착시 현상이라는 것을 알면서 보더라도
결국엔 똑같이 인지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배경을 바꿔보고 있다.
어렵지는 않지만 쉽지도 않다.
배경란 내가 무의식적으로 인지의 기준으로 삼는 '전제'들을 의미하는데
보통 내가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지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이 갖고 있는 '배경'들에 대해 숙고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요즘 하고 있는 것은 
인지의 공간적 한계를 확장하는 것이다. 
배경을 한국, 지구가 아니라 우주로 바꾼다.
이 때 '우주'라는 추상적 단어보다는 
인터넷에서 본 우주 사진이나 유튜브에서 봤던 은하 영상을 
사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사실 배경만 우주로 바꿔도 많은 것들이 새롭게 해석되기 시작한다.
미래에 대한 걱정
타인의 시선
사회적 기준
물질적 풍요
성공
등의 것들의 중요도가 현저히 낮게 조정된다.
거대해 보이던 것들도 작아보이기 시작한다.
전경과 배경의 원리이다.

전경과 감각의 주체의 관계가 인지를 결정 짓는 것이 아니다.
주체, 전경, 그리고 '배경'까지가 인지의 완성이다.
그러니 나보다 큰 것이 앞에 있어 두렵더라도
그 뒤에 그보다 큰 것을 둔다면 그 대상이 작아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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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 썼던 먹금과
이번 글에 쓴 배경 바꾸기
요즘 자주 사용하는 방법인데
꽤 유용한 것 같다.
속이 너무 조용해져서 적응이 안 되기는 하지만
생각을 덜 하니 시간도 많아지고
체력도 더 남는다.
남는 것들을 그냥 흘려보내기도 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하는 데 쓰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은은하게 행복하다.
행복은 내가 무언가를 더 얻을 수록 커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을 수록
조금씩 깊고 진해지는 것 아닐까.

행복은 애초에 부피의 문제가 아니라 '농도'의 문제인 것 아닐까.

그러니 무언가를 더 채워넣어 행복을 부풀리려 할 것이 아니라
농도를 옅어지게 하는 불순물을 빼내어
더욱 짙게 만드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