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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수영 일지 3 (190520)   neuf.
조회: 1889 , 2019-05-20 22:57

오늘은 아침 자유수영을 갔다.
강습은 넘나 가기 싫고 수영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큰 깨달음과 큰 역경이 하나씩 있었다.

먼저 깨달은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첫 번째는 내가 글라이딩이 안 됐던 이유는 힘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스트로크 후 반대편 팔을 일자로 쭉 뻗지 않아서 저항이 생겼던 것이다.
오른팔을 쭉 뻗고 왼팔을 젓고,
오른팔을 저을 때는 왼팔을 귀에 붙여 쭉 뻗으니  그 전보다 슝슝 앞으로 잘 나갔다.

또한 왼팔이 가라앉는 원인은 바로 "호흡"이었다.
나는 팔을 돌릴 줄 모르는 게 아니라 숨을 쉴 줄 몰랐던 것이다.
지금껏 나는 입수를 하자마자 대차게 숨을 모두 내뱉었다.
그러니 오른팔을 돌려 호흡을 할 시점까지 숨이 남아 있지 않아서
숨을 쉬기 위해 빨리 일어나야했고
그래서 왼팔을 먼저 당겨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유튜브 영상에서 본대로
입수하고 나서 1~2초 정도 숨을 참았다가 조금씩 내쉬면서
오른쪽으로 호흡할 때까지 숨을 남겨두었더니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자유형 스트로크를 할 수 있었다!!!

팔을 일직선으로 펴는 것과
호흡을 함께 고치니 
먼저 전보다 힘이 훨씬 덜 들었다.
이 당연한 것을 이제 깨닫다니...
달리기를 할 때도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가만히 있을 때야 어떻게 쉬든 숨만 쉬면 되지만
뛸 때는 호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길게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뛸 지가 결정된다.
그래서 나는 뛸 때는 항상 4박자 호흡법을 쓴다.
코로 4번에 나눠서 들이쉬고
내쉴 때는 입으로 4번에 나눠서 내쉰다.
그러면 들이마실 수 있는 산소가 훨씬 많아져서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수영을 할 때는 내가 그렇게 기피하던 "헐떡"호흡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 속에 있어서 헐떡거리는 소리가 안 들렸을 뿐..

아무튼 이제 조금만 연습하면 더 자연스럽게 자유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는 역경을 이야기할 차례이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풀에 들어가려고 계단에 첫 발을 내디뎠는데
그만 미끄러져 계단과 벽 사이에 발목이 끼고 말았다.
넘 아팠으나 태연하게 발목을 잡아 빼었다.
괜찮길래 1시간 동안 수영을 하고
지각하지 않기 위해 지하철 역까지 뛰었다.
그러고도 멀쩡하게 출근하고 점심도 먹으러 갔다왔는데
웬걸 저녁 5시쯤이 되자 복사뼈 부근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퇴근할 때가 되니 넘 아파서 절뚝거릴 지경이었다.
퇴근 후 건물 밖으로 나와서 몇 걸음 걷고 나서는
아 이건 아니다..병원에 가야 하나 생각하면서 횡단보도를 기다리는데
고개를 드니 맞은 편 건물 3층에 정형외과가 딱 있는 것이 아닌가..?
그대로 병원으로 들어가 진료를 받은 결과

인대가 찢어졌단다...
2주 정도는 깁스를 해야한다고 한다.
수영은 하면 안 된다고^^

낮에 일 하면서도
오늘 저녁에 또 수영을 갈까 고민을 했는데..
2주 동안 못 하면 출국 전에 거의 수영을 못한다는 소리다.
너무너무 아쉬었다.

그치만 어쩔 수 없지-
운동을 하다보면 다치기도 하는 법.
급해서 그냥 들어간 그 병원이 너무 좋아서 다행이었다.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 선생님들도 다 친절했다.
내가 가봤던 병원 중에 가장 친절했다.
정말 다쳐서 우쮸쮸 보살핌 받고 온 느낌이었다ㅜㅜ
발목 부었다니까 슬리퍼 갖다 주라고 
가방도 들고 다니니까 막 들어주고 맡아주시고
어쩌다 다쳤냐고 걱정해주시고
의사 선생님은 초음파 하시면서 내가 움찔움찔하니까
갖다 대기만 해도 아플 거라고 살살해주겠다고 하시고
친절보스들ㅜㅜ
끝까지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이
깁스 하는 법까지 설명해주시고 배웅해주셨다.

덕분에 첫 깁스의 기억이 나쁘지 않게 남을 것 같다.

깨달음으로 시작해
부상으로 끝난 
오늘의 수영일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