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좋은씨앗
 가족   나의 삶
조회: 1603 , 2020-06-18 16:04



유달리 감수성이 풍부하고 글 쓰는걸 좋와했던 나



어려서부터 일기를 쓰고 마음에 담아둔걸

말로 표현하기보단 글로 적어내려갈때

좀 더 생각이 잘 정리되었다


말과는 달리 기록으로 남겨져 언제든

다시 읽을 수 있기에 글쓰는걸 여러모로 좋와했다


문득 스치듯이 떠오르는 주제가 생각나면

조용히 그 생각을 글로 옮겨 담아 보는데


이번에 떠오른 주제는 가족이란 단어


가족이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내가 겪어본 바로는

쉽게 편해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 받고

때론 그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운 관계로 인해

오해와 갈등이 생겨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나 부모에게서 받는 영향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양쪽 모두 함께 살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몸에 익히게 되었다


아버지의

부지런하고 근면 성실함과 분노의 감정


어머니의

자상하고 남에게 배푸는 손대접과 슬픔의 감정


아버지는 어릴적 어머니로부터 받은
버림바음의 상처로 인해


사랑을 받아본적도 사랑을 표현하는것도 서투셨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만나

삼남매를 연년생으로 낳으시고

고생고생하며 키우시다가


이젠 자식들 덕좀 볼수 있을 때쯤에 갑작스럽게

너무도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셨다




나는 술드시고 집에서 아버지가 주사를 부리시는걸

몸서리치게 싫어 했고 담지 않으려고 애를 썼었다


술 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서 심한 거부감에

회사 회식자리도 1차만 참석하고


그 이상 마시면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거 같아 회사동료들과도 술자리를

가급적 피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정적인 단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건


사실은 아버지의 부정적인 단점을 은연중에 닮고 배운

내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는걸 알게 됐다



이제는 74살 
나이드신 늙은 아버지와

한달전에 어머니 산소 잔디를 새로 입혀드리고


지난주에 잔디가 잘 자랐는지 다시 한번 산소에 갔었다



그 혈기왕성하고 무섭던 아버지는 어디로 가고

이제는 여기저기 몸 성한 곳 없어 아프시면서도



사별한 아내의 산소에 와서

처자식 먹여살리느라 공사현장 전기 일하시며 얻은

상처를 고스란히 새겨진 몸으로 벌초를 하시더군요



어머니한테 대화나 걸어보시라고 하니

무슨 대화를 하냐고 하셔서


그곳에서 잘 지내는지?

오랜만에 새로 덮은 잔디가 마음에 드는지?


아직 장가 못간 철딱선이 둘째 아들이랑 왔는데

혹시 그쪽에 괜찮은 가문 있으면 중매나 서달라고


부탁 좀 들여 보라고 했더니


그저 묵묵부답 이셨다




이제는 아버지도 사실 날이 그리 오래 남지 않으셨기에

이렇게 어머니 산소를 아버지와 몇번을 더

함께 모시고 올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버지


저는 당신이 어떤 삶을 사셨고

어떠한 아픔과 상처들로 힘들어 하셨는지

몹시 궁금하고 알고 싶었습니다



아버지


저는 당신이 왜 그리도

가족들에게 독한 말을 쏟아내고

힘들게 하셨는지 이해 하고 싶었습니다



아버지


저는 자신이 스스로 화를 내면서도

너희가 나를 화내게 한거니깐


나는 책임 없다는 
당신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수 없었고 싫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저에게 살면서 단한번 하셨던

미안하다는 말을 들은후엔


저는 이제 당신을 용서하고

이해하고 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힘든 인생의 저물어 가는

마지막 길에 혼자 걷지 않도록

제가 길동무가 되어들이고 싶습니다



아버지


아빠...


아프지 마세요

아버지가 아프시면

제 마음도 아파요


Magdalene   20.06.25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지만, 가장 가까워서 상처를 주는 존재가 가족인거 같아요.
서로가 다듬어지지 않아서요. 가끔씩 가족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80살, 60~70살 , 30살, 20살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다들 그 안에 어린이를 품고 사는 나이만 다른 어린이들 같다고요. 이런 분들의 고집이나 상처주는 말들을 가만히 관찰해 보니, 그들이 젊었을때 받았던 치열한 삶에서 얻은 교훈이 많더라고요. 그 교훈은 모두에게 통하지 않을수도 있는 자신만의 교훈일때도 많아서 듣는 우리들에겐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고, 듣는 입장에선 스트레스와 상처가 되는 말들도 많은거 같아요. 그렇지만 그것마저도 우리들의 울타리역할을 하면서 얻은 것들이라 고리타분한 말에는 동의를 못해도 온 몸으로 견뎌낸 부모님의 세월 만큼엔 경의를 표하게 되더라고요.

팔과 다리가 얇아지신 부모님의 뒷걸음을 보고 있거나 혼자서 무언가를 드시고 계신걸 보면 마음이 참 그렇더라고요. 부모님도 뭘 알고 부모님이 되신게 아닐텐데. 내일 개학을 맞은 아이들 처럼 몰아치는 방학숙제하듯 그렇게 처자식 먹여살리고 그러면서 오늘까지 오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런 부모님에게 좋은 길동무가 되어드린다는 것은 참 큰 선물이 되는것 같아요.
저도 좋은 씨앗님의 일기를 읽으면서 부모님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것 같네요.
좋은 저녁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