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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의 라일락
 텅빈 오른손   하루
조회: 1314 , 2020-07-13 00:06
지난 일기를 읽어보니 온통 연애얘기 뿐이네 ㅋㅋㅋ
누구를 만났고 누구 때문에 속이 터졌고
헤어져야하나 말아야하나 진짜 누가보면
맨날 연애할 생각만 하는 줄 알겠다 ㅋㅋㅋ

근데 나에겐 연애가 가장 큰 고민이었던게 사실이다.
공부는 혼자 열심히 하면 되었고
취업도 그냥 열심히 준비하면 척척 붙었고
회사생활도 너무 적성(?)에 잘 맞아서
대학교 때보다 더 재밌게 다니고 있는데
월급까지 넉넉하게 따박따박 들어온다 하하

아주 오랜 친구이자 연인과 오늘 헤어졌다.
전화로 아주 평범한 일상인것처럼.
이제 그만하자 했더니
알겠다 한다
그게 끝이었다.

더이상 밤에 고민을 거듭하며
화나는 마음을 누르고
밝게 통화하지 않아도 되고
시시콜콜 오갈때 카톡하지 않아도 된다.
남자사람이 있는 모임을 마음졸이며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진도 안나가는 그의 삶을 걱정하며
달라질것 없는 똑같은 걱정도
이젠 더이상 안해도 된다.

그 짧은 시간에도 자꾸
그는 괜찮을까 걱정이 들었다가
새 연애를 해야한다는 마음을 세웠다가
그냥 허무해졌다.

만났다 헤어졌다 만났다
그 시간을 다 합쳐보면 3년도 넘는 것 같다.
얼굴 본 시간은 뭐 기껏해야 1년 반 되겠지만.
아직 끝이 아닌것 같은데
정말 끝이어야 한다고 다짐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데
그는 변했다고, 정말 변한 부분도 있었고
그저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는거라고
앞으로 나아질거라고 어딘가 핑크빛 시간이 있을거라고
달래어왔다 스스로.

물론 오늘에 이르렀어도 달라진건 없다는 사실에
자조섞인 웃음이 난다.
난 꽤나 이해심 많은 착한 여친이었던것 같은데
나름대로 이타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재의 내 모습은 바가지 긁는 악처의 꼴을 하고있다.

무슨 넋두리가 하고싶은거지.
오늘은 멀쩡한데
내일되면 내일 모레가 되면 좀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하겠지.
너무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끊어서
아직 진짜인가 싶기는 하다.

시험 2주 남았다. 올해 최대의 목표인데.
오늘 공부하다가 자꾸 그애의 걱정과 화가 치밀어 올라서
이른 오후까지는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이제 나의 길을 더 열심히 달려가야지.
이제 더는 그애의 시험과 주변상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홀가분하다.
홀가분하고 가볍고 가볍다.
자유다아아아!
라고 속시원하게 외치고 싶은데
마음에 찌꺼기가 남은 것처럼 기분이 뭐같다.

노력해도 안되서 맨날 일기꺼리가 연애밖에 없나보다.
그애도 자신이 마치막 남자친구 일거라 했는데
이젠 그냥 우스운 옛 농담이 되었다.

까끌꺼끌한 이 기분
내일 즐겁게 열일하고 퇴근해서
신명나게 시험 공부하면서 다 날여버려야지.

열심히 목표 이뤄나가는 나!
열심히 일하구 공부하고 노는 나는 잘하고 있다!
아직 젊고 예쁘다! 전혀 젊지는 않다!!
게다가 자유다!


보상심리 보상심리
그런거 생각하지 말고
하루하루 또 열심히 살아야지
그러면 다시 길이 열리겠지
기운내자
괜찮다 괜찮다 정말 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