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1449 , 2020-11-17 17:09 |
이제 내일 원서만 제출하면 이번 학기 대학원 지원은 모두 끝난다.
다음 달 초에 면접이 있고, 결과는 12월 말에 나온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원이 끝났으니 속이 후련하고,
면접 잘 마무리 한 다음에는 이사를 가려고 한다.
계획은 이번 학기, 혹은 다음 학기까지 입학하는 게 목표이고,
2년 ~ 2년 반 동안 석사 생활 + 수련, 그리고 이후에 수련을 해서 자격증을 따고
상담소에 취업해서 경력을 쌓은 다음, 40대 초반 전에는 상담소를 개업하고 싶다.
좋아 10년 동안은 정진하는 거야!
그동안은 돈은 많이는 못 벌겠지만,,
그래도 틈틈이 아르바이트 하거나 영어 파트 강사, 혹은 과외를 할 수도 있으니까ㅎㅎ
쨌든 진로를 정했으니 열심히 해야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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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다시 상담을 하고 있는데 덕분에 마음이 다시 안정되었다.
상담사 선생님이 내가 그동안 혼자서 의지할 곳 없이 많은 일들을 해내왔기 때문에
완벽을 기하게 되고 불안한 게 당연하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동안 나는 완벽주의가 내 성격이라 생각하고 고치려고만 했는데
내가 왜 완벽주의를 갖게 됐는지를 파악하고 나니 관점이 전환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까지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계단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똑같이 계단을 오르는데 나는 좀 더 짐이 많고 장애물이 많은 거라고 생각했다.
바람도 좀 많이 불고, 바닥이 조금 더 미끄럽고, 등에 진 가방이 좀 무겁고
걷다보면 누가 나타나서 방해하고,,
그러니까 내가 그런 것들을 다 무시하고 꿋꿋이 걷기만 하면 돼! 하고 나를 몰아쳤던 것이다.
그런데 상담을 받다보니, 문득,
나는 계단이 아니라 아예 암벽을 등반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맨 몸으로.
그러니까 나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기를 쓰고 올랐던 것이다.
발 밑이 천길 낭떠러지이니 한 걸음 한 걸음에 완벽을 기하려 애를 썼을 것이다.
이 한 걸음을 잘못 디디면 떨어지니까.
그래서 발을 디딜 만한 곳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탐색하고 또 탐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발을 디딘 곳이 조금이라도 불안정한 곳이거나,
조금이라도 발이 미끄러지면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가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면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서 걸으면 될 일이지만
낭떠러지라면 떨어지면 끝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나의 완벽주의 성향이 이해가 갈 것도 같았다.
결정을 빨리 빨리 못 내리는 것도!
그래서 이제는 나를 다그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이 암벽에서 떨어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오른 내가 대견하기까지 했다.
울면서 올랐을 거야
떨어지기 싫어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눈이 질끈 감겼을 거야
발을 디딘 곳이 조금이라도 부서져 내리면 심장이 철렁 했을 거야
손도 아팠을 거야
온 몸이 아팠을 거고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었을 거야
계속 오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을 거야
그래서 이제는 내게 안전장치를 찾아주기로 했다.
당장 이 암벽을 계단으로 깎을 수는 없다.
그건 먼저 안전장치를 한 뒤에 할 일이다.
일단 가장 먼저 줄이 필요하다.
미끄러졌을 때 나를 잡아줄 든든한 줄!
정서적인 줄, 경제적인 줄, 정보의 줄.
정서적인 줄은 상담사 선생님으로 시작해서,
점점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연습을 해서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야지.
경제적인 줄은, 일단 부모님이 나에게 도움을 줄 거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큰 도움은 주지 않겠지만, 그래도 내가 힘들면 나를 외면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
그밖에 어떤 방법이 있을 지도 알아봐야겠다.
정보의 줄도 필요하다.
나는 너무 모든 것을 스스로 생각해서 결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오만하다기보다는, 내가 이런 걸 누군가한테 물어봐도 될까? 귀찮거나 쓸데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을 버리고 그냥 궁금하면 물어보고 도움을 청하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미끄러지더라도 낭떠러지로 추락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조금 불안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이걸 안 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안정되어서 아주 좋은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