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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
 길에서 만난 내 여자들   카테고리가뭐야
아침부터 가는 비가 내린다. 조회: 2543 , 2002-11-29 10:38
내가 속한 단체-학교나 일터에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걸쳐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내가 잘하는건 길에서 사람만나기다.

반면 내가 한번도 안해본 만남은 미팅이나 소개팅이나 이런 소개자리에서 만나는 짓은 한번도 안해봤고 앞으로도 할 예정없다.

난 귀여운 소년소녀들을 좋아한다.

그들은 나의 어린시절이기도 하고 내 어린시절이 아니기도 하다.
그 공통점과 차이점속에서 사랑해주는 느낌이 좋다.
그리고 내 친구들이 다 너무 어린 애들이라는 관계의 불균형의 벽에 부‹H혀 요즘 좀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난 어린 친구들이 좋다.

상대적으로 내가 언니나 누나가 되니까 내가 더 잘나고 똑똑할 수 있을거 같아서 좋구 그들은 내 말을 경청하고 내 말을 신기하게 받아들여서 신이 난다.

길에서 만난 내 사람을 죽 회상해 보니 난 참 괜찮은 녀석들을 만나서 재밌는 추억들을 만들었던거 같다.

하지만 길에서 만난 사람은 서로의 공통점으로 점차 친해진게 아니라 첫인상으로 느끼는게 너무 커서 점차 나중에 안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내가 만만하게 말을 거는 대상들은 다 어린 녀석들이라서 이런 대상은 오래 만나긴 힘들다.
그렇지만 난 이런 즉석적인 만남들이 재밌고 즐겁다.

내가 길에서 처음 말을 걸었던 사람들은 처음에 다 여자였다.
특히 내 작업은 지하철에서 이루어지는데 맘에 드는 여자가 나타나면 가방들어준다고 괜히 없던 친절을 부리고 접근해서 친해진다.
7년전쯤 지하철을 탔는데 커트머리의 이쁘장한 여자애가 앉아있는 내 앞에 서있었다.
자꾸 지하철밖을 보면서 피식 피식 웃는거였다.
왜 그럴까.
웃긴 일이 생각났나부다.
난 그 애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연락처까지 받아내서 나중에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알고 보니까 그녀는 남자한테 차였다고 했다.
오랫동안 사귄 남자앤데 군대가서 되려 자기가 차였다는거다.
미용실에서 정리할겸 머릴를 짧게 잘랐는데 지하철 창문에 비친 자기 얼굴이 너무 웃겨 보이더란거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혼자 자꾸 피식피식 웃음을 못참고 있었다고 했다.

처음엔 그녀의 모습이 재밌어서 접근한건데 사연을 듣고 보니까 그녀의 웃음이 가슴아프단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얼마나 아플지는 조금만 상상해도 조금만 기억해도 알 수 있다.
그녀와 난 그뒤로 만난적은 없고 편지와 전화로만 연락을 나누다가 점점 공통점이 사라지자 연락이 끊겼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여자다.
이름이 이 재인이라는 의정부사는 나와 동갑내기여자였다.
궁금하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애가 얼굴에 온통 피어싱을 하고 프로레슬링 티셔츠를 입은 여학생이었는데 그때 난 너무나 피어싱과 문신이 하고 싶어 죽겠을때여서 친구라도 사귀고 싶어서 그 특이한 구멍을 온 얼굴에 다 뚫은 그녀에게 접근했다.
말을 걸어보니 나보다 더 호의적이며 자기 연락처도 선듯 가르쳐 줬다.
그러면서 자기도 메일 보내고 편지쓰는거 좋아한다고 더 적극적였다.
그렇게 만났는데 재밌는 관계가 될 수 있었는데 나중에 연락처를 잊어 먹었다.
궁금하다.

혼자서 길을 걸으면 도인들의 표적이 되기 쉽상이다.
그리고 난 아주 자주 그런 표적이 된다.
그러나 난 도인들을 물리칠 비장의 무기들을 많이 갖고 있고 어느 누구도 내 재간에 안넘어오는 도인 못봤다.
나보다 도가 부족한거 같다.
어느 초보 도인이 내게 말을 걸었다.
참하게 생긴 아가씨였다.
도인들은 일단 인상을 갖고 접근한다.
인상이 참 좋으세요.
복이 많으신거 같아요.
그런데 기운이 좀 막혀 있으시네요.
뭐 이런 레파토리.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녀도 저 레파토리중에 하나로 내게 접근 했을거다.
보통같았음 상대방을 무안하게 하거나 내가 잘 사용하는 더 적극적으로 달라붙는 전법으로 상대를 지치게 만들었겠지만 그녀의 인상이 너무 맘에 들어서 그 순간 이 여자를 내 사람로 만들고 싶었다.
난 예수님을 믿고 그분의 가르침을 따른다고 했다.
뭐 뻔한 레파토리는 계속 이어진다.
다른 도인과 달리 예의 바르고 참한 외모와 낮고 침착한 목소리가 내 호감을 자꾸 자극했다.
더군다나 집안이 기독교집안에다 모태신앙 출신인데 이렇게 거리로 나온 사연까지 들으니까 내 속을 더 끌어 당겼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를 크게 내지도 않았고 느린 어투로 조용히 지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런데 왠지 그 모습이 슬퍼 보였다.

그땐 삐삐밖에 없던 시절이라 난 그녀의 번호를 받아내고 자주 그녀에게 음성을 남겼다.
그녀도 바쁜 틈을 내서 내게 예의를 다했고 녹음된 그 목소리는 늘 차분하고 조용조용했다.
하지만 내가 너무 적극적였는지 나중엔 연락이 사라졌다.
그렇게 몇달후 같은 장소에서 또 그녀를 만났다.
반가워서 왜 연락안하냐며 달라붙었다.
그녀는 반가와하는 척은 했지만 그저 사무적이려고 노력하는거 같았고 어딘가 나를 피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다른 도인이 다가왔다.
난처해하는 그녀를 뒤로하고 새로온 도인은 그녀를 뒤로 내 몰고 내게 무슨 적의라도 있는양 또각또각 부러지는 어투로 내 말을 잘라서 따지려드는 듯이 날카로운 눈길을 보내고 그녀를 데리고 가버렸다.

그 뒤로 그녀에게 연락이 안됐다.
삐삐를 치면 그 옛날처럼 늘 흐르던 음악이 안나오고 끊기더니 급기얀 아예 삐삐를 끊어버린거 같았다.
지금도 생각나고 궁금하다.
그녀의 이름은 김영희.
왜 젊은 날 거리를 쏘다니며 도인이 되었을까.
그들이 공부한다는 역학,도에 대한 공부라는건 뭘까.
길에서 사람하나씩 엮어서 데리고 가는데는 어딜까.
왜 가족을 버리고 혼자가 되어 버렸을까.
뭐가 사연있어 보이는 슬퍼보이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많이 궁금하다.

한번은 내가 헌팅(?) 당한 적도 있는데 명동에서 혼자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어떤 여자애가 쪼로록 내게 오더니 물었다.
[혹시 락음악 좋아하세요?]
도를 아십니까도 아니고 기에 관심있습니까도 아니고 락음악 좋아하냐니..
난 낯선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주는게 기분이 좋아서 호의적으로 대해줬다.
그녀는 밴드를 하는데 멤버를 구한다면서 같이 음악하자는 거였다.
난 음악을 좋아할 뿐 악기를 다루는것도 노래를 잘부르는것도 아닌데 라고 뺐더니 상관없다고 했다.
스타일을 보고 저기서 부터 계속 쫓아다니면서 따라다녔다고 혹시 못봤냐고 하면서 물어보는 그 소녀는 키가 170이 넘어 보였고 쭉빠진 마른 몸매에 인형같은 귀여운 얼굴을 하고 무엇보다 자신감에 넘치는 발랄한 모습이 특이한 아이였다.

그녀는 자기랑 키도 비슷하고 외모도 비슷하고 음악 좋아하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고 했다.
음악은 둘째치고 이 여자애가 맘에 들어서 난 연락처를 줬다.
그리고 우린 3년간 가장 자주 만나는 친구가 되었다.
그녀가 잡지모델이여서 덩달아 화보촬영도 해봤고 그녀가 밴드에서 베이스를 쳐서 나도 덩달아 쫓아다니면서 음악을 배우고 다녔다.
같이 노래가사를 쓰기도 했고 드러머 오빠랑 곡작업하는데 참견도 하고 시장조사도 하고 참 재밌었다.
내가 집에서 가출했을때 그녀의 집에서 신세를 지기도 했고 그녀의 남자친구가 속썩일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녀를 돕기도 했다.
우리는 여자로서 흔치 않은 키와 외모‹š문에 자매같단 오해도 많이 받았다.
우린 서로가 안닮았다고 생각했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둘이 닮았다고 얘기해서 의아했다.
그렇지만 우린 서로 너무 달랐다.
아니면 결정적으로 닮지 말아야 할 부분이 너무 같았을 수도 있다.
서로의 마음을 지독히도 안보여줬다.
그렇게 가까이서 자주 만나고 놀고 일하고 다 했는데 마음만은 절대 안보여줬다.
그런것이 서로 너무 서툴렀다.
우린 동성애자가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으며 지냈지만 정작 서로에게 좋은 마음같은건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난 그애의 친절이 부담스러웠고 그애의 돌발적인 행동이 무서웠다.
그렇게 3년도 안돼서 우린 서로에게 상처가 되서 헤어졌다.

마지막에 내가 너무 싸가지 없는 말투로 다신 연락하지 말라고 한 말이 내내 걸린다.
지금도 가끔 화보나 잡지에 그녀의 사진이 실린다.
여전히 이쁘고 귀여운 얼굴이다.
지금도 명동 KFC앞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 거리를 지나면 그녀 생각이 난다.

그녀는 많이 많이 궁금하다.

그렇게 내가 길에서 만난 소녀들은 하나도 내 곁에 남질 않았다.
언제라도 길에서 내 여자 하나 엮지 라고 쉽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이들어 남사시려 길에서 누구 못꼬시겠다.

그래도 길에서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생소한 만남에 대한 신선한 충격으로 줄거움을 준다.
서로에게 신선하다.
낯선 사람과의 인연.

아주 재밌다.
내겐 이런 낯선 만남의 남자들도 꽤있다.
여자보다 더 많다.

어쩔땐 외롭게 혼자 길을 걸을때 아무라도 내게 말을 걸어주길 바라며 주변을 두리번 거려 보지만 내가 말을 걸지 않음 그들은 모두 자기만의 길을 간다.
저들도 어쩜 나처럼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길 바랄지도 몰라.
그치만 그냥 갈 길을 가는 걸꺼야...라는 생각이 잠깐씩 들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