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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향
    미정
조회: 1271 , 2003-07-07 19:10
마법에 걸렸다.

며칠전부터 식욕이 왕성해지고, 몸이 안좋다 싶더니만 마법에 걸리려고 준비중이었다.

마법에 걸리는 첫째날이면 내 몸이 몸이 아니다.

짜증은 둘째치고, 아무일도 할 수가 없을 만큼 몸이 너무 아프다.

그래서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죽은 송장처럼.

낮에 잠깐 헬쓰를 갔는데 어찌나 아프던지, 입술까지 꽉 깨물어가면서 운동을 했다.

더워서 흐르는 땀과 식은땀이 범벅이 되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또 얼마나 덥고 멀게만 느껴지던지.

토요일에 아저씨를 만났지만 안좋게 헤어졌다.  늘 뭣 좀 사달라고 하면 다음으로 미루는게

조금씩 짜증이 났다.

일부러 심하게 변덕부리는 것도 없지않아 있었다.  사람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 엄청 심하게

변덕도 부리고 심심하면 짜증도 내곤 했었다.^^

그 날도 난 아이스크림케잌을 사달라며 졸라대기 시작했고, 아저씨는 여느때와 똑같이

다음달에 사주겠다고 했다.  사람 비참하게 만들지 말라고 그렇게까지 말한다.

한참을 졸라대다가 접었다.  영화를 보고 조금만 걸어가서 버스를 타고 가자는 나의 말에

너무 피곤하니까 그냥 전철타고 가잔다.  그래도 고집을 부렸다.

조금 걸어나오니까 꽃이 판다.  난 백합을 좋아한다.  오랜만에 백합 향기 좀 맡아보고 싶어서

꽃을 사달라고 했더니,

"다음에 사줄께. 이미 꽃집 지나왔잖아."

"다시 가면 되잖아요.  방금 지나쳤는데."

"난 성격이 급해서 한번 지나온 건 다시 안가.  그러니까 다음에 사줄께."

?? 사주기 싫으면 싫다고 하던가 늘 핑계답지 않은 핑계를 대고 싶을까?

꽃을 사주지 않았다는게 기분나쁜게 아니라 항상 이런식으로 말같지 않은 말을 해대는 것에

대해 아주 기분이 나빴다.  내 표정은 순식간에 변해버렸고,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라는 물음에

"됐어요."라는 짧은 대답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몇 초 후에 난 혼자서 막 걸어왔다.  같이 걷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너무 짜증이었으니까.

물론 아저씬 따라오지 않았다.  중간에 전철을 타고 갔는지, 버스를 타고 갔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안좋게 헤어진게 사실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도 생각만큼 기분은 나쁘진 않았다.  여느때의 기분과

똑같다고 해야되나? 참 이상했다.  내가 잘한 건 없지만 그렇다고 잘못도 느끼지 못하겠다.

그러기에 굳이 내가 먼저 연락해서 사과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내가 먼저 연락할 일은 전혀 없을테고, 그 아저씨도 나와같이 자존심이 강해서 연락은 하지

않을 것이다.  어제 MSN에서 아는 사람과 대화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들어왔다.

바로 메시지를 보내더군.

"뭐해?"

어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저렇게 능글맞게 얘기할 수가 있을까?

대답을 할까 말까 몇초동안 고민을 했다.  

"알아서 뭐하려고?"

그랬더니,

"ㅎㅎㅎ"

정말 정떨어진다.  저 웃음의 의미는 뭘까?  욕이 저절로 나왔다.  

MSN을 로그아웃 시켜버렸다.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아서.

어제, 오늘 한통의 전화도 울리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를 좋아한다면 상황이야 어찌됐든 나한테 전화해야 되는거 아닌가?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한게 아니라 다른 무엇을 원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한테 내가 너무 바라는 건 아닌지..

어쩌면 이렇게 된 게 오히려 잘된 것일지도 모른다.





정인   03.07.07 아프면 미련하게 참지말고..

약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