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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삶이 이리 거추장스러울 줄..   2004
맑음 조회: 2165 , 2004-02-28 05:46
이제 짐을 거의 다 쌌는디..
두고 가는 것들에 미련이 생기는 건 당연한 건가?
..그런가..?

난 아직도 무얼 가지고 가야할지 무얼 두고 가야할지 잘 모르겠고
무엇보다도 내가 잘 결정한 것인지조차 모르겠네

내가 과연 옳은 결정을 한 것인지...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더 많아야 하는데..
얻는 것의 가치가 잃는 것의 가치만 못하지나 않을까

내 몸 하나 편하려고 내린 결정에 종내는 많은 걱정을 사서 하고 있는 거 같다.
울 집에 나 없이 누가 이 빨래를 개고 널며 설거지에 정리는 누가 할 것인지..
엄마빠는 희머리 더 늘어나고 아마 더 많이 늙어있겠지..

이제 자고 일어나서 짐을 부칠 생각인데 이불이랑 베게는 가서 사는게 더 싸려나..
가출도 한 번 안해봐서 이거 당최..ㅡㅡ;;

수욜에 대구와서부터 계속 약속..약속..약속..오늘은 약속이 두개다.
가기 전에 보고싶어하는 친구 마음은 알겠는데..
만날 시간을 잡으려는 친구의 문자와 전화를 모른척하는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약간의 부끄러움과 이제 가야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었던 거 같다.
결국 친구는 약간 화가 난 거 같고 난 또 그걸 풀어줘야 하고..
내가 괜히 심술을 부렸나보네

종이 상자에 옷도 넣고 책도 넣고 이런 거 저런 거 넣다가
내 삶에 거추장스러운 것이 이렇게 많은 줄 이제야 알게 되었다넹
사는데는 의, 식, 주 요 세 가지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더니
내 삶에는 인라인도 있고 씨디피도 있고 보온물컵같은 옵션도 있고
[의]만 해도 얼마나 많은 옷가지들 신발가지들이 있는지 몰랐다우

난 정말 삶을 잘못 살아온 거 같아
지극히 필요한 것들만 뽑고 보니 다른 건 다 미련과 후회로 남네

과연 행복이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