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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娜夜)
 오후의 발견   일상다반사
벌초하라고 구름덮어주셨네~ 조회: 2147 , 2005-09-04 20:09
오늘은 벌초를 다녀왔다~~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를 보니 군인들의 위장한 철모마냥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처음으로 예초기도 직접 잡아보았다.
형들이 할땐 별거 아닌것 같았는데, 그게 그렇게 무거울줄이야...몇분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팔이 아파서 더 못하겠다고 엄살을 피워버리고 말았다.
할머니가 벌초하라고 날을 정해 주셨는지, 오늘 따라 선선하니 해도 별로없고, 바람도 살랑이는게 일을 수월하게 마칠수가 있었다.
벌초가 끝나고 차례를 간단히 지내고, 다같이 내려와 점심을 먹으면서, 소주를 살짝 곁들여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오손도손 앉아 과일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꽃을 피우며 정말 오래간만에-여름바캉스도 못간 나는 올해들어 처음인것 같다-산의 녹음도, 하늘의 푸르름도, 공기의 상쾌함도 흠뻑 느끼며 아무생각없이 그 시간을 즐기다 왔다.

'아~ 이런게 가족이다...'

사실 선산을 지키고 있는 그 쪽 식구들은 난 이름조차 모른다. 내가 아는거라곤 그 형들이 나하고 6촌관계라는것뿐이다. 이렇게 벌초를 나온것도 이번이 겨우 3번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에는 아버지를 대신해 내가 집안에 뭔가 일을 도맡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으나, 일년에 몇번 보지도 않는 친척들과 자연스레 점점 거리가 멀어져버리고 말았다. 어제도 오늘 새벽에 일어나 철원까지 갈 생각을 하니 가기도 싫고 공부에도 방해된다고 혼자 불평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일을 끝마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듯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우리 식구들이 모였을때도 그래야 되는데, 다들 뿔뿔히 자기 생각뿐이고, 만나면 서로 으르렁 거리기 바쁘니...
가족이란 같이 있기만해도 편안하고, 즐겁고, 서로 믿어주는...그런거...내가 원하는 그런거...
오늘 조금 느낀것 같다..내가 찾는거...
내가 빌고 있는 행복은 그냥 오늘의 오후다...언젠가 꼭 만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