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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아저씨
 오래된 연인   일상사
조회: 3089 , 2006-12-29 21:13
오래 만난 연인들은 흔히
무미건조.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하다고들 한다
더이상의 설레임도 가슴 떨림도 존재치 않고
서로에 대한 신비감도 사라졌다 한다

오.래.
그 오래가 얼마동안의 시간인지
하루?
한달이 지나면?
100일이 지나면?
1000일이 지나면?
...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며
영원하자 약속을 한다
그럼에도 오래되면 싫증나하고 오래되는걸 두려워 하기도 한다

매일 다른 옷을 입고 매일 다른 화장을 하고
매일 다른 모습이어도 그 사람은 그 사람일 뿐. 변하진 않는다

족쇄

슬프지만
오래된 연인들은, 저
서로의 발목에 채워져 연결된 족쇄의 행복을 알아야만 한다

처음 서로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채우고
설레어하며 가슴떨려하던 커플링이
시간이 갈수록
서로의 사랑의 무게로 점점 가라앉아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족쇄를 만들고만다

힘겹지만
오래된 연인들은 족쇄의 무게를 이기고
족쇄의 힘을 제어할 수 있어야만 한다

구속하고 간섭하고 씹다 붙여놓은 껌처럼 달콤함이 없어도
이미 내 속에 녹아들은 단맛을 기억해야 한다

오래된 연인들은

새로 산 반짝이는 에나멜 구두의 불편함보다
신고 다니던 뒷축 접힌 운동화의 편안함을
꽉 쪼이는 코르셋의 긴장보다
집에서 입는 널널한 고무 바지의 여유로움을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스테이크의 세련미보다
김치독 속 김치의 투박함이
더 좋은

그 행복을 알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미련없이 헤어져야 한다
깨끗이 끝내야 한다
냉정히 돌아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