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3417 , 2011-04-23 13:18 |
지난 목요일에 전에 받았던 MMPI검사 결과를 해석받았다.
결과가 너무 부정적으로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역시 부정적으로 나왔다.
공격성이나 사회에 대해 느끼는 불편도, 가정 문제, 불안, 감정의 억압 등의 수치가 높게 나왔다.
물론 모두 정상범위 내였고 그냥 그 중에서 해석할만한 의미가 있을 정도로만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아무튼 나의 가장 큰 문제는 가정 문제와 감정의 억압문제였다.
가정 환경이 나름대로 좋지는 않았었기 때문에, 그러한 환경 속에서 나를 지키려는 방어기제로
감정을 억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거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특히 괴로움과 분노는 거의 느끼지 않는다. 행복이나 기쁨, 사랑의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
'지금 어떤 감정이니?'라고 물어봐도 딱히 아무 느낌도 없다.
짜증이 나면 짜증을 잊어버리려고 밀어넣고, 행복하면 너무 들뜨지 않도록 진정시켜서
꼭 평균상태로 맞춰놓고 살고 있으니까.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나는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나는 괴롭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자못 심각해진다.
그러면 나는 그 반응을 즐긴다.
사실은 그런 얘기를 하는 것도,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심각하게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이상해서 일부러 정상적인 척 하려고 말하는 것도 있고,
상대의 반응이 워낙 다양해서 그것을 즐기려는 의도도 있다.
아무튼 나는 감정을 억압하고, 하도 습관적으로 억압하다보니 아예 이제는 느끼지도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먼저 감정을 느끼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그때 그때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파악하고, 인정하고, 표현하는 연습.
사람이라면 감정을 느끼게 마련이고 그 감정을 적절히 표현해야만 하는데,
나같은 경우에는 그러지를 않고 있으니 속이 썩어가고 있을 거라고 했다.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심리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이 정도까지 버텨온 거라고 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무너졌을 수도 있을 거라고.
우음-
아무튼 그래서 요즘 감정을 느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특히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느끼려고 한다.
반가운지, 좋은지, 거북한지-
괴로움을 회피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창피함도, 짜증남도, 화남도.
방금도 엄마한테 설거지를 해줘서 고맙다는 문자가 왔다.
그런 말 해줘서 나도 고맙다.
사촌동생이 언제 놀러오냐고 문자를 했다.
나를 많이 좋아해줘서 고맙다.
closer
11.04.23
뭐든지 연습하면 나아지는 것 같아요. |
리브라
11.04.24
저랑 비슷하시네요. 나쁜 감정은 느끼지 못하는 거. |
월향
11.04.25
전 말을 잘 못했어요, 이렇게 글로 쓰는건 좀 편하게 했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