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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분노   deux.
조회: 2283 , 2012-02-12 20:22


내 노트북 마우스 패드는 책이다.
검은색 책.
제목은 '통전적 분노 치료 프로그램 연구'

우연히 학교 책 나눔터에서 발견한 책이다.
책이 시커매서 보기 싫게 생겼지만
제목이 마음에 들어 집어왔다.

분노 치료, 라.

.
.

내 안에는 분노가 들끓고 있다, 확실히.
집어던지고 
화를 내면서
마구 물어뜯는 상상을 자주 하곤 한다.

내가 상담소에 가서 치료를 받고 싶은 것도,
분노를 해소하고 싶기 ‹š문이다.
나쁜 경험으로 인한 후유증,
뭐 남자를 조금 꺼려 한다든지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한다든지
하는 것은 얼마든지 스스로 고쳐나갈 수 있다.
둘 다 이미 굉장히 많이 극복했다.

하지만 내 안에서 부유하고 있는 분노는
어떻게 할 길이 없다.
적절한 대상을 찾아서 쏟아내지 않는 이상,
아무 곳에나 부어버릴 수도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뱃속에서 맴돌고 있다.

이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 지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이 분노가 터져나올 만한
상황이 되지 않았지만
언제 그런 상황이 될 지.

내가 엄마와 싸우고 싶지 않아 하고
엄마가 싸움을 걸어올 때 대응하지 않고 피하는 것도
도저히 내 안에 가득 차 있는 분노를 감당할 만한
자신이 없기 ‹š문이다.
내가 화가 났을 때
어떻게 변할 지
어떻게 표현할 지 모르겠기에.
그래서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으려고
아예 입을 다문다.

-

하지만 그렇다보니 계속해서 쌓여만 간다.
다른 사람에게 푸는 것은 사실 그렇게 걱정되지 않는다.
너무 심하게만 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그들의 인생에서 스스로 그것들을 치료해나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나의 이 분노를 내 아이에게 쏟아버린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 전에
내 아이를 만나기 전에
내 안의 분노를 
치료하고 싶다.


.
.

도대체 상담소는 언제가지?
왜 아직도 못 가고 있는 거냐, 쳇.
가고 싶다,
가고 싶다,
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