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李하나
 일본어, 영어   deux.
조회: 2894 , 2012-02-16 00:59

나는 일본어와 영어가 좋다.
아니, 솔직히 영어는 모르겠다.
영어는 내가 뭐 언어가 좋다느니 하는 것을 느끼기 전부터
학습이 되어 있어서
그냥 재미있을 뿐이다.

하지만 일본어는 큰 다음에 배웠는데
꽤나 좋다.
일본어라는 언어 자체에 대해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일본어로 쓰인 노래 가사라든지 
문장들을 이해하는 것이 재미있다.

특히 일본 애니의 OST 가사는 정말 예쁘다.
그래서 그것들을 번역체가 아닌
일본어 고유의 느낌으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뭔가를 배우려면 체계적으로 배워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에게는
있어서 자꾸만 
'어떻게 공부하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냥 어렸을 때처럼 좋으면
자꾸 듣고
자꾸 따라하고
따라 쓰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이제는 공부할 도구부터 시작해서
무슨 단계라느니 계획표라느니 그런 게 자꾸만 머릿 속에 떠올라서
짜증이 난다.

언제쯤 이런 게 사라질까.
아니 그보다 왜 자꾸 이러는 거야.
고등학교 때 버릇이 아직 남아 있는 건가.


영어도 마찬가지다.
영어로 된 문학들을 원서로 읽고 싶은 마음이 크고
영어권 드라마나 영화를
자막 없이 보고 싶다.
그래서 자막 말고 등장인물들의 표정이나
화면의 세세한 부분들을 보고 싶은데
그래서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하면
아 뭐부터 하지,
제대로 해야해,
막 이런 생각들이 앞서서 공부를 도저히 시작할 수가 없다.

혼자 공부를 하려니
잘못 공부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있나보다.




.
.


고등학교 시절
교육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 문학을 공부하면서부터
소설이나 시를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정말로
등장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 즐겁고
문장이 자유자재로 나오는 것이 신기해서
재미있게 썼는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문학 수업을 듣고 나니
자꾸만 내 글을 분석하게 되어버렸다.

나는 등장인물들의 생각들을 주로 묘사하는데
이런 것을 '의식의 흐름 기법'이나 '자동기술'이라고 
지칭한다는 것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그냥 쓰고만 있어도
아, 나는 지금 의식의 흐름 기법을 쓰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짜증이 났다.

그 전에는 그냥
아 이번에는 누가 생각한다고 치고 써야지,
이번에는 내가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써야지,
하고 글을 썼는데
문학 수업을 듣고나서부터는 자꾸만
음, 이번엔 1인칭 주인공 시점이군,
이번엔 전지적 작가 시점이군,
하면서 마치 내가 나 자신의 작품에 대한 시답잖은 평론가라도
된마냥 굴어댔다.
시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수미상관이니
공감각적 표현이니 하는 것들이
자꾸만 떠올라서
글이 글로 보이지 않고
분석 대상으로 보였다.

학교 문학 수업이
정말로 싫었다, 나는.

한 번 잘못된 것을 배우면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이렇게 망쳐버릴 수도 있구나,
거기서 벗어나는 데는 참 많은 시간이 걸리는 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나니
뭘 공부하든지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모양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배운대로
글을 쓰는 것을 먼저 배우고
문법 다 맞춰서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언어를 제대로 느낄 수 없게 만든다는 생각 아래
내가 본래 가지고 있던 언어 공부 방법으로는 공부를 시작하지 못하도록
스스로가 나를 막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 이외에 다른 공부 방법을 알지 못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방법은
교과서를 하나 정해놓고
쓰고 읽는 방법을 먼저 배우고
문법에 맞춰 쓰고 읽고 하는 것이다.
말과 듣는 것은 가장 나중.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로
이것은 거꾸로된 방법이다.
언어는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익숙해지고
들은 것을 쓰면서, 그리고 틀리고 고치고 하면서 말할 수 있게 되고,
그 다음 말한 것을 적고, 쓴 것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순서대로 공부를 한 적이 없으니
자꾸만 쓰려고 하고 읽으려고 하고
들으려 하지 않고 말 하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까지 나는 나를 
잘 인도해왔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아무런 언어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학교 원어민 교수한테 가봐야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교수한테 가서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하면 좋은 지 물어봐야지:)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어일본어학과 언니한테
일본어는 어떻게 공부하면 좋은 지 물어봐야지.

그리고 그것에 따라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가자.
그러면 다른 언어도 잘 배울 수 있을 거야.


어떤 심리학자가 그랬다.
인간은 보고 배운 것 외에는
배울 수 없다고.
그러니까 내가 배운 것밖에는 나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배운 언어 공부 방식,
나는 이것밖에 알지 못하므로
이것 외의 공부 방법을 새로 배우는 수밖에 없다.

개강하면 
두 사람을 만나서
꼭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그리고 
일본어로 일본 문학을 느끼고
영어로 영문학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문체를 느끼는 것,
얼마나 멋질까:-)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일본에 가서 살아보고 싶고
영어를 쓰는 나라에 가서도 한 번 살아보고 싶다.
그러면 그 언어를 더 잘 느낄 수 있을 테지.


이젠 언어를 좋아한다고
통역사나 번역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건 할 수 있을 뿐이지,
하고 싶은 게 아니야.

언어와 문학에 대한 관심,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는 일을 찾자:)

yeahha   12.02.16

저도 영어랑 중국어를 배우고있는데..
의미있게 이 언어들이 쓰일수 있는 일을 찾으려기 보다는 그냥 해야하니까 하고있었네요..
고등학생때 언어 배우는게 재미있다는걸 느껴서 학과를 중문과를 선택했을때는 이걸 배우면 중국에서도 가이드 없이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수있고 영화도 자막없이 볼수있겠지, 재밌겠다, 했던것 같은데... 이제는 정말 자격증, 취업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공부해요.. 그러니 갈수록 재미도 없고... 초심이 다 무너진거 있죠.
배움이라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봐야겠어요. 내가 좋아서, 좋아하는걸 배우려고 했던건데 어느새 쫓기듯 시험준비나 하고있다니. 슬픈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