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랜만에 사랑에 대해.. 인생에 대해 생각해본 하루였습니다..
그래서 여기다 그냥 주저리주저리 하고픈 날입니다...
# 1
오래 사귀어온 남자친구가 오늘 병원에를 갔었습니다..
오랫동안 심하게 복통을 앓아왔는데.. 병원에를 제법 다니다 전체 내시경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가벼운 병이 아님은 알았지만.. 여러사정으로 미루다 오늘 드뎌 병원엘 갔습니다..
어제밤에는 혹시 죽는 병은 아닐까.. 그렇다고 그러면 어쩌지??
내가 왜 이때까지 그사람 아픈것에 무심했을까.. 조금만 일찍왔어도 좋았을텐데..그러면 어떻게...
갑자기 밀려오는 걱정에 잠이 다 안오더라구요..
혹시나.. 정말 혹시나 죽는 병이면 어쩌나.. 정말 겁이 났습니다..
겁이 나는 나자신에게 무엇이 겁이 나는 것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먼저.. 그 사람이 정말로 죽는 병이라면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 겁이 나더군요..
또.. 그사람이 떠난 후에 내가 살아갈 수 있을지 겁이 나더군요..
그리고.. 혹시나 내가 조금만 섬세하게 진작 병원갔으면 나을병인데..
무심한 나때문이 병을 키운거면 어쩌나 겁이 나더군요..
내자신이 참으로..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첨부터 끝까지 그사람은 없고 내자신만 생각하다가 겁이 난겁니다..
이 사실을 그 사람이 알면.. 참으로 서운하겠구나.. 싶더군요..........
나의 사랑이라는 것의 크기가 이정도인가 싶더군요.........
# 2
병원엘 갔더니.. 완치가 힘든 병이라고 하네요..
오래 앓으면 암으로 발전할 확률이 높긴하지만 전체적으로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답니다..
다만.. 새벽에도 몇번씩 깬다는 그 극심한 복통이 평생 계속 재발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약을 계속복용해야하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받으면 안되고... 이거먹으면 안되고....저거먹으면안되고.........
위험하다기 보다는.. 피곤한 병이더군요.. --;
저는 죽는 병이 아니라는 사실에만 좋아하고 있는데.. 그사람은 정신이 없더라구요..
한참후에 그러더군요.. 의사의 평생 완치가 되지 않는 병이라는 말에 눈물이 고이더라구요...
외할머니가 당뇨였는데.. 완치가 되지 않으니 돌아가실때까지 주위사람이 엄청 힘들어했다구요..
10년이면 암에 걸릴수도 있다고.. 또 아플땐 정신이 없어서 얼마나 예민해지는지 모르냐면서..
다른 좋은 사람 만나겠다고 약속해줄수 있냐고 심각하게.. 말하더군요..
.............
# 3
요즘 저는 제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었습니다..
오래 사귀어온 그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맘과 함께..
나를 더 발전시키고픈 욕심 사이에서요..
지금 당장은 문제가 안되지만.. 지금의 결정이 나중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근데 이 갈등 속에서 어머니가 그러더군요..
저는 너무 앞까지 내다보고 지금 이 결정을 내리면.. 이러한 인생길을 살것이고..
저 결정을 내리면 저러한 인생길을 살것이니 어떤걸 택할까.. 그런식이라고요..
인생은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인데.. 중간에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것인데... 왜 그러냐고요..
정말 그러한가 봅니다..
그사람의 이 병이.. 중간에 튀어나올지 모르는 그 어떤 것이 될 지도 모르거든요..
이 병이.. 제 갈림길에 큰 요인이었던 그사람의 군문제를 해결해줄지도 모르거든요..
급수를 낮출 수 있을만큼.. 군대생활이 힘들만큼 심각한 병이라는 얘기도 되고..
우리사이를 더 단단하게 하려는 그러한 계기가 될지도 모르고요..
인생이란 건...현재를 충실히 따라가다보면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
내가 미래를 점치고 현재에 행동할 수 있을만큼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세상만사 새옹지마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구나..
아무리 어려운 일을 겪어도 너무 좌절하지는 않아야 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 4
혹시 병을 가지고 계시거나.. 주위에 아픈 분이 있는 분 보세요..
제가 오늘 그 병에 관해 조사하다가 한 사이트에서 본 글입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 寶王三昧論 -
저한테는 무척 맘에 다가오는 글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