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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관계를 대하는 태도   deux.
조회: 2363 , 2012-03-28 16:27

요즘 이상한 환상에 사로잡혀
산다.

솔직히 예뻐지고 있다.
그리고 주변에서
예쁘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그러다보니까
뭐라고 할까
항상
'어, 나는 이쁘다'
라는 것을 의식하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예쁜 나를 바라보는
상대의 생각을
지레 짐작하면서
쾌감을 느낀다.


예를 들어
걸레를 빨고 돌아오는 길에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예쁜 내가 지나가는 장면'
속에 있는 나를 즐긴다.

.
.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볼 때마다
'예쁘다'라고 생각할 것 같고
그렇게 생각하면
우쭐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부터 이런 버릇이 생긴 건지.

-


처음보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예쁜 나'는 먼저 말을 걸지도 않고
가만히 있는다.
그러면 그 사람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고 느끼고
나는 그저
그 사람이
나를 예쁘게 생각한다고 생각되는
나의 착각을 즐긴다.


.
.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감 있는 것은 좋다.
그러나 사람의 관계에
얼굴이 다는 아니다.
지금 나는 좀 이상한 환상에 빠져 있다.


아마
평생 동안 못생기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다가
사람들이 예쁘다고 해주니까
정말 기쁜 나머지
이렇게 된 것 같다.

아직 얼마 안 됐으니
그냥 내버려 두지만
점점
희석시키려고 노력해야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얼굴은 본질이 아니다.
얼굴을 들이밀어 놓고
마음 놓고
앉아 있는 것은
정상적인 관계 맺기가 아니다.


.
.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하는 생각을
지레 짐작하면서 즐기는 사이에
상대방의 '마음'을 더 알아갈 기회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알려줄 기회를
잃게 된다.

어차피
그릇 안에 담긴 영혼은 모두 같다.
호감형으로 생긴 얼굴이
첫인상을 좋게 해줄 지는 몰라도
그 이상은 아니다.


관계 맺기 위해
노력하자.
다른 사람이 나에게 먼저 다가오겠지,
친해지고 싶으면 인사하겠지,
하는 식의 태도는
버리자.



.
.


사실 도시에서는
마주치게 되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아서
조금 버거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주 마주치는 사람,
가령 앞 매장의 사람이라든지
캐셔라든지
집에 태워다주는 분이라든지
하는 사람들과는
천천히라도 친해지려고 노력하자.

.
.



그리고 인사하자.
인사는 상대방의 존재에 대한
인정,
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나는
'나랑 친해지고 싶으면 저 사람이 인사하겠지.'
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다.
기본적으로
인사는
'예의'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다.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