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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신감의 상실   2012
조회: 2236 , 2012-07-22 23:29
요새들어 감정의 끄트머리에 서있는 느낌이 많이 든다.
이제 나이 18. 집을 떠나 먼 기숙사 학교에서 지낸지도 2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특목고에 들어간다는 기쁨에 가슴이 벅찼고 기존의 꿈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꿈에 다가갈 수 있는 발판으로 좋은 경험, 많은 지식을 얻어야겠다는 당대한 포부에 들떴다.
그래, 좋은 경험, 많은 지식은 얻을 수 있었고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을 상처들이 계속 내 몸에 하나하나 쌓여가고 있다.
그 중에 가장 큰 상처가 '자신감의 상실'이다.

중학교 때 그래도 잘한다 소리 들어봤고 선생님의 칭찬도 받아봤고 다른 친구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만감에도 빠져봤고 나보다 밑에 있는 친구들에 대해 한심함도 느껴봤다. 그래도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친구들이 아직 많았기에 자책도 많이 했고 내가 자만하고 있다는 사실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오고 나는 '바보'가 되었다.
해보지 않았던 발표수업에 말 못하는 벙어리가 되었고
잘 나오지 않는 성적에 선생님의 관심에서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
중학교 때에는 정말 많이 하던 질문을 단 한 번도 안하게되었다.
그저.. 나만의 집을 쌓고 그 안에 더 이상의 나의 어떠한 모습도 드러내길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어느샌가 나와 다른 친구를 비교하기 시작했고
선생님의 태도나 다른 친구들의 눈빛을 관찰하며 그 차이로부터 나 자신을 자학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내 습관들이 한데 뭉쳐서 만들어 진 것이 지나친 주위 의식이다.
어떠한 행동을 하기 이전에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먼저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어떠한 실수에도 엄청난 자괴감이 한동안 나를 얽매었다.

중학교 때는 다른 친구들한테 말하던 선생님의 "00야 공부좀 해라"라는 말을 이제는 내가 듣고 있었고
오랜만에 상장을 받는 친구에게 오올~하며 의외라는 식의 환호를 내가 상장을 받을 때 다른 친구들이 외치고 있었다.

2인 1실인 방에서 반 1등인 친구와 룸메이트 생활을 하며 수없이 비교하며 자학했고 성적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나를 알게 모르게 견제하는 듯한 룸메이트의 시선에 스트레스 받았다. 졸려도 룸메이트가 혹시 '쟤는 공부도 못하면서 왜 벌써 자?' 라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 흔한 부탁인 '몇 분 후에 깨워줘'라는 말도 꺼내기를 오랜 시간 고민했다.

결국은 내가 열심히 안하고 노력이 부족해서 이기에 어디에 이러한 고민들을 털어놓아봤자 신세한탄에 불과한 것이었다. 
여름방학을 하면서 더이상 학교에 있다가는 정말 미쳐버리겠다 싶어서 이번에는 학교에 남지 않고 집에서 맘잡고 자기주도학습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부모님마저 나의 성적에 불안해지셨는지 학원, 과외를 강요하셨다. 내 스스로 해보겠다는 다짐을 잡았다 완고히 부모님께 말씀드렸지만 그들은 나를 이제 믿지 않는 듯 했다. 오히려 내가 나의 현실을 모르고 괜한 땡깡을 부린다고 생각하시는 듯 하였다. 결국 내 고집이 꺾였고 내 마지막 자신감... 자립감마저 꺾이게 되었다. 
나를 끝까지 믿어주고 그래도 곁에서 용기를 불어넣어주실 줄 알았던 우리 부모님마저...

뜬금없을지 몰라도 한국사회에서 잘못된 유교관은 고치고 싶다.
상호 소통의 길이 열린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왜 어른들은 아이들의 자기 주장을 말대답한다 말하며 입막음 할까?

문득.. 생각이 든거지만 나의 성격이 이러한 부모님의 강압적인 성격에서 비롯된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압적인 부모의 양육태도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강압은 부모의 과도한 요구로 인한 압력이 자녀에게 가해졌을 때 자녀가 받는 심정적인 무게이다.

부모의 강압은 자녀의 저항을 초래하거나 무기력한 사람이 되게 한다.

강압받고 큰 사람의 특성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자신 있게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며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거나, 무슨 일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곧장 착수하지 못하거나, 반드시
해야 될 일들을 빠짐없이 적은 일람표를 만들고 있으면서 막상 일은 안하고 꾸물거리고 있거나
그 일들을 차구할 수 없다고 여기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지겹게만 느껴지고
그래서 결국에는 일을 백일몽으로 끝내 버리고 마는 경향이 있다

부모의 강압에 길들여진 사람은 어떤 일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저항감을 느끼거나 스스로 어떤 의미
있는 일을 주도적으로 하기 힘들다.

요냐하면 강압적인 부모들이 항상 자녀들의 행동을 꼬치꼬치 지시하고 잔소리를 하면서 밀어붙임으로써
자녀들이 주도적으로 행동하고 자기 나름의 관심사와 일거리를 추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도 누군가가 자기들에게 명령을 해 주기를, 자기들에게 무엇을 해야 된다고 낱낱이
일러주기를, 자기들을 조종해 주기를 기대하고 잇다. 그리하여 자신을 전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이 체질화되어 있다.
강압적인 태도에 길들여진 사람은 계속 자신을 꾸짖고 과소평가하며 강압적인 위협을 가하는 
사람으로부터 고통을 겪게 된다.

강압적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아직도 그 무의식 속에서 불안과 짜증이 섞이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계속해서 이것저것을 지시하는 부모에 의해서 강압 받고 있다.
[출처] 마인드 스테이

이건 그냥 어딘가에서 따온 말인데 공감가는 여러 부분이 있어서 일기에 남겨본다...
......... 나를 상실한 기분..........

someday   12.07.23

[뜬금없을지 몰라도 한국사회에서 잘못된 유교관은 고치고 싶다.
상호 소통의 길이 열린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왜 어른들은 아이들의 자기 주장을 말대답한다 말하며 입막음 할까?]

이 부분, 정말 공감합니다
외국에 와서 다른 국적의 사람들과 여러방면의 주제로 토론하다 보니
그동안 얼마나 생각없이 살았는지 바로 깨닫게 되더군요
(물론 영어라는 장벽이 있지만, 한국말로도 제 주장을 바로 펼칠 수 없는
주제가 대부분인지라...)
이것에는 물론 저의 무지함도 한몫 했지만, 주입식 교육에만 익숙해지고
예의없고 버릇없는 아이가 되지 않기 위해
주어진 명령과 지시에 내 주관을 숨기고 따라야만 했던
지난 날들의 습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신감 잃지 말고 본인이 옳다고 믿는 길을 걸으세요. 화이팅 :)

그림자   12.07.26

격려 말씀 감사합니다..:)

평화   12.07.23

똑똑한 학생이신 것 같은데,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예하는 모습이 안타깝네요... 타인과의 비교에 의해 상실될 자신감이라면 진정한 자신감, 자존감이 아닙니다. 자신감, 자존감은 말그대로 스스로의 존재 자체에 대한 애정에 바탕을 둔 신뢰와 존중이지요. 강압적인 부모님 탓을 한다고 그분들이 쉽게 변하실 것 같진 않아요. 결국 모든 것의 출발점은 자기자신이므로 자신이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어쨌거나 모든 상황은 근본적으로 자신이 선택한 거니까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맞춤형 상황, 그런 이상적인 상황이란 어차피 존재하기 힘든 거잖아요... 자신을 위해, 상황에 끌려다니는 게 아닌, 상황을 직접 장악하고 주도하는 적극적 삶으로 변화시키려면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림자   12.07.26

격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