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나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는 왜, 어째서 내가 잃어버린 것을 제대로 마주할 수 없는 걸까.
왜 나에게는 그럴만한 힘이 없는 것일까.
아니, 분명 힘은 있다.
하지만 내가 애써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려고, 외면하려고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다.
내가 잃어버린 것들..
난 그것들을 마주하는 것이 가장 두렵고 무섭다.
마주할 때마다 나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그것들을 가지고 있었던
그때의 애환, 추억들 하나하나 떠올라서 괴롭다.
그 시절의 나역시 내가 맞는데 내가 아닌 것만 같다. 생소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난 여기 그대로 있는데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까지 변하게 만들었을까.
변한 것은 순전히 내 의지만이었을까.
윗층에서 울려퍼지는, 한때는 내가 정말 제일 잘쳤다고 자부했던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지금에와서 이런 생각들을 한다는 자체도 너무 우스꽝스럽다.
그냥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 놓아야 하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