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태어난 느낌   치유일지
  hit : 2965 , 2013-03-13 14:22 (수)


전과는 다른 나임을 느낀다.
한 순간 한 순간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느낀다.


오늘은 수업을 듣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쩌면 공부 체질이 아닐 지도 모른다고.

공부는 내게
피신처였다.
시끄러운 내 마음 속
비상식적이고 끔찍한 현실로부터의 도피
내게 공부는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휴식, 같은 것이었다.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내가 처한 끔찍한 현실이 떠오르지 않는
마음이 고요해지고
오로지 이성만이 움직이는
그 기계적인 시간이
나에게는 참으로 소중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공부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
.

하지만 대학에 와서 공부를 하다보니
나는 공부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닌 듯 했다.
게다가 내가 원하지 않는 쪽은 
쳐다보기도 싫어했다.

그 때 그 때 내게 필요한 것들만
공부하면 그만이었다.
단지 공부해야 해서 하는 공부에는
당최 흥미가 붙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나는 학교 교육에서 행복을 얻을 수 없는 사람이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지금은 
정치사 수업을 째고 기숙사에 들어와있다.
출석을 안 부르는 수업인 것 같아
쨌는데 
내가 나왔더니 출석을 부른다는 소식이 들려와
조금 씁쓸하기는 하지만.
뭐 
거기에 계속 앉아 있는 것 보다는 이게 낫다.


확실히 나는 심리학 쪽은 재미있는데
사회과학에는 큰 흥미가 있지 않다.
사회과학, 사회학 자체에는 흥미가 있지만
학문적 연구에는 흥미가 없다.
심리학도 마찬가지.

심리학적 연구에는 별 흥미가 없다.
그저 나에게 필요한 심리학적 지식을 얻으면 
그 뿐이다.

나는 지식을 갈구하는 형이 아니다.
내가 하는 모든 공부는
단지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취사선택하여
내게 맞는 형태로 변형하는 것일 뿐.
그렇다면 나는 굳이 학교를 다닐 필요가 없다.

학력, 
필요 없다.
물론 학교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단체 생활을 배우는 일은 의미가 있다.
게다가 나는 이 대학 사람들이 참 좋으니까.
하지만 학교의 정규 교육 과정에 
나는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내가 그토록 학교를 다니고 싶었던 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사람들과 무언가를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굳이 학교가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나는 지금 이 생활에 만족한다.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고
나를 위한 시간도 보낼 수 있고
공동체 생활도 할 수 있는.
심리학 수업은 아주 좋으니까.

하지만
굳이 학교만이 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


어지간하다.
간신히 복학해놓고는 또 학교 밖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은 소속상태에 대한 부정은 아니다.
다만 다른 길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호기심.
열린 생각.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 더 귀기울이려는
미래에 대한 탐색 정도.

여러 가지 관심 가는 쪽들이 있다.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을 받아
한국 성폭력 상담소에서 일해보고 싶기도 하고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따서
대안학교 상담사도 해보고 싶고.

여성주의 운동에도 참여하고 싶고.
돈은 안 되겠지만
굳이 학력이 필요하지는 않은 일들이다.
그리고 일을 하다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 ‹š 
다시 오면 그만이다.



.
.


일단은 지금 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다른 길도 꾸준히 찾아봐야겠다.
이번에도 해외 교류 활동을 갈 것이다.
집단 상담도 계속 받고
심리 상담도 받고.

이번에 학교에서 비폭력대화라는 수업도 듣는데
정말 소수의 수업이라서 재미있을 것 같다.
오늘 첫 수업이었는데
넷이 둘러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런 것이 좋다.
대형강의를 듣는 것보다.
술을 먹고 노는 것보다.
이렇게 앉아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이런 자리를 소중히 해야지.




.
.


그래도 오늘은 개강파티가 있다.
이따 저녁에 상담 받고 와서 
술마시러 가야지.
홍초를 사갈까 생각 중이다.
맥주는 배부르고 소주는 쓰니
소주에 홍초를 타서 새콤달콤하게 마셔야지.

그리고 우리 과 아가들 얼굴을 한 번 쭉 봐야겠다.
오늘은 화장도 했다.
옷도 나름 예쁘게 입었고.

이 글만 쓰고 얼른 내일 제출해야 하는 과제를 해야한다.
내일 제출인 줄 모르고 천하태평 하고 있었어.
큰일 났다.




아무튼 오랜만에 찾아온 마음의 평화다.
사는 것은 그런 것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할 수 없는 시기가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변곡점이 찾아오고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나
그래프는 거의 수직으로 상승한다.
그리고 다시 끊임없는 직선.
또 한 번의 변곡점을 계기로
다시 그래프는 치솟는다.


인생 그래프는
직선으로 우상향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상승하는 인생 곡선은 없다.
그리고 가끔은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다.
중요한 건 
흐름, 
이니까.

경제 성장 곡선은 
직선으로 우상향 하지 않는다.
위 아래로 요동친다.
하지만 그 '경향성'만큼은 우상향이다.
가끔씩 부진할 때도 있지만
어쨌든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떨어질 때도 있고
올라갈 때도 있고
출렁출렁 거리지만
크게 보면
결국은 모두 다 자라고 있다는 것.

ymlife01  13.03.13 이글의 답글달기

오늘하루 하나님을통해 배우고갑니다^^ 감사합니다

李하나  13.03.18 이글의 답글달기

제가 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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