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엄마, 아빠가 이래   치유일지
  hit : 3070 , 2013-05-12 11:52 (일)



모성과 부성에 대한 환상, 
나를 지속적으로 힘들게 하고 있는 부분이다.

어떻게 엄마가 이래
어떻게 아빠가 이래
이런 억울함들은
분명 나를 계속해서 힘들게 하고 있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다.
누구나 다 이런 생각을 하고 산다.
하지만 결코 그것이 생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언제까지고 
어떻게 아빠라는 사람이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엄마라는 사람이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살 수는 없다.
어쨌든 이미 일어난 일이고
엄마, 아빠라는 사람은 
이미 나한테 그랬으니까. 

엄마, 아빠한테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으면서
속으로만 계속해서 그걸 갖고 있는다고
해결될 일은 없다.


.
.


모성, 부성
그리고 화목한 가정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하는 작업이
중요할 듯 하다.
이상화된 현실과 
지금의 나를 비교해서
자꾸만 좌절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부모란 




책임감 있고
자식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부모다.
딱 이 두 가지인 것 같다.
이 이상 생각나는 부분이 없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잘 되질 않아서
나는 너무너무 힘들다.

나의 엄마, 아빠는 책임감이 없다,
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엄마 아빠는 
자식을 사랑으로 보살피지 않는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말로 모든 부모들이 
자식에게 책임을 다하고
자식을 사랑으로 대하는가, 
하는 첫 번째 질문과

진짜로 나의 부모는 책임감이 없었고, 
자식을 사랑으로 대하지 않았나, 
그랬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그러했나,
하는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보아야겠다.




물론 부모가 자식에게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은 맞다.
왜냐하면 애초에 자식은 어린 아이이고
부모는 어른이니까.
사회, 경제적인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낳지 않았나.
일단 내 주변만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데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 많다.
자기 스스로 독립하려는 사람도 있고
정말 형편이 안 돼서 그런 사람도 있다.

나 역시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친부는 나를 지원할 생각이 없고
엄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능력이 없는 것에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다.
왜 우리 엄마는 이렇게 능력이 없을까,
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단언컨데.

내가 하는 생각은 오로지
왜 우리 엄마는 자기 앞가림을 못할까,
와 
왜 친부는 이렇게 책임감이 없을까,
이다.

오로지 이 두 가지 부분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풀고 가면 한결 몸이 가벼워질 것 같다.


.
.


친부는 책임감이 없다.
이 문장의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가.

일단

1. 자녀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것조차도 나의 판단이다.


- 먼저 전화하지 않는다.
- 자식의 교육에 관심이 없다.
(이것도 나의 판단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 동생이 고 3이 되었는데 사교육에 대한 의논을 엄마든, 나든, 동생에게든 해오지 않는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친부는 계속해서 동생과는 연락을 주고 받으려 하고 있으며
한 달에 한 번 밥을 먹자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그리고 엄마 역시 친부와 밥을 먹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둘 다 서툴러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뿐.
둘 다 부족한 틀 내에서 
뒤뚱뒤뚱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하고 있기는 하다.

그 사이에서 내가 분명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은 내가 엄마와 친부에게 쌓인 감정 때문에
아예 관계를 단절해 놓은 상태이고
주체적으로 이 사안을 이야기할 사람이 부족한 상태이다.

먼저 전화하지 않는 것은 
내가 전화를 잘 받지 않고 
전화를 받아도 쌀쌀맞게 굴기 때문이다.

동생에게는 가끔 연락을 한다.
그렇다면 
'자식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라



'나에 대한 무책임'이다.
무책임이란 말도 나의 판단이다.
나에 대한 책임 회피.
그러니까 자신이 성폭행 한 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회피하는 자세.

이 또한 판단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주체적으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
이 또한 판단인데.
무튼 일단 여기까지.




.
.


엄마 역시 열심히 일을 다니고 있다.
물론 이것저것 부족하고
약하고 징징대기는 하지만 
어쨌든 하고 있다.

내가 엄마에게 계속 드는 생각도
'무책임한 엄마'이다.

내가 왜 엄마를 무책임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를 그 상황 속에서 구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를 구해 줄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했고
분명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격리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고,
다른 모든 일에서도 엄마가 조금만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면 
그것이 증폭되었던 것이다 .





대부분의 것은 환상이다.






.
.


단지 친부는 나를 성폭행했고
엄마는 그런 성폭행으로부터 나를 효과적으로 지켜주지 못했다.

나는 아빠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다.
다른 친구들처럼 아빠랑 손도 잡고 조잘조잘 이야기도 하면서,
아빠랑 속깊은 대화도 하면서
지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그것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크다.
사실 나는 너를 좋아하고 싶었는데.


나는 엄마랑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다.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랑 손도 잡고 조잘조잘 이야기도 하면서
같이 음식도 만들고
같이 놀러도 가고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가 미워서 그럴 수 없었다.
엄마가 약하다는 것에 대해서 나는 실망과 배신감, 분노가 크다.
네가 조금 더 강해주기를 바랐는데.




다시 한 번 
'발화점'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불을 끌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발화점을 진압하는 것이라 한다.
잔불을 아무리 잡아도
발화점에서의  불길을 잡지 못하면 
불길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맞다.
발화점은 이 곳이다.
엄마, 아빠, 그리고 나.






.
.



이래야 하는 엄마도 없고
저래야 하는 아빠도 없다.
나는 그저 
나의 어린 시절에 얽힌 것들을
과도하게 일반화시켜서
원망하고 있었을 뿐이다.



"나를 성폭행한 아빠에 대한 분노를
어떻게 아빠라는 사람이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고
뻔뻔할 수가 있어, 어떻게 딸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어,
라는 문장으로
어느새 두리뭉실하게 바꿔놓았고


나를 성폭행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한 엄마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을
어떻게 엄마라는 사람이 이렇게 약하고 무책임 할 수가 있어,
라는 문장으로
바꿔놓았을 뿐이었다."


직면하고,
정조준하자.
어린애처럼 징징대지 말고,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고 풀어나가자.


결국 문제는 저거다.
그리고 저걸 풀면 된다.

 13.05.14 이글의 답글달기

본인의 문제를 자각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문제의 해결책 또한 안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좋은씨앗  13.05.20 이글의 답글달기

하나양 오랜만이죠 ^^?? 제가 한동안 정신 없이 지내느라 울다를 떠나 있었내요
제 경우에는 제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아버지와 어머니를 바라 볼때
아버지는 두개의 얼굴을 한 구체적으로 술을 안마셨을때의 일반적인 아버지와
술을 드셨을 때의 자신의 과거의 아픔과 고통을 억제 하지 못하고 쏟아내시는
아버지 두 얼굴의 사나이 셨고, 어머니 역시 우울증이 없으실때는 나누고
돌보고 사랑으로 양육하시는 어머니셨고, 아버지가 하루종일 일을 하시고
술을 드시고 집에 들어 오셔서 술주정을 계속 하시다 지쳐 쓰러지시면
남편의 양말을 벗기시고 발을 씻기신 후에 겉옷을 벗기셔서 연탄불로 대펴놓으신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속으로 저와 함께 힘을 모아 쓰러지신 아버지를 주무시게
하시곤 잠을 주무시고는 다음 날 아침 아버지가 일을 나가셨을때
창문을 열어 놓고 우울한 기분을 담배 연기에 실어서 날리시는 어머니
두 얼굴의 어머니셨죠.

제 경우에는 어머니가 고3때 돌아 가신 후에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변함 없이 술을 드시고 들어 오는 아버지의 술주정을 제가 혼자 다 당하면서
고통 스럽고 힘들긴 했지만 그만큼 아버지의 삶의 무게가 무겁고 힘드셨고
7살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던 생이별의 상처가 어떠 했는지 짐작하고
긍휼한 마음에 가슴이 아프더군요...

저 역시 하나양 처럼 아버지를 원망했었고 저주 했었고 무관심 했었지만
세월이 흘러 하나 둘씩 몸에 여기저기 고장이 나는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그리고 점점 어린아이처럼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 아버지를 보면서
분노의 감정 보다는 연민의 감정으로 바뀌더군요

그리고 정말 정말 중요한 것은 부모에 대해서 받은 상처에 집중 할 수록
나 자신에 대해서 집중 할 수 없고 그만큼 내 삶이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과 달리
뒤쳐진 인생을 살아 간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좋은 아빠가 되고 싶고 좋은 남편이 되고 싶었던 제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죠
하지만 꼭 이루고 싶어요 그렇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지만
꼭 그렇게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될 여자를 만나서 결혼 할 겁니다 ^^;;

그러니 하나양도 아빠 엄마에 대한 분노와 아픔에 집중 하지 말고 용서해 주세요
용서는 남을 위해서 하는게 아니고 자기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

자기 자신의 삶에 더욱 집중하고 힘들지만 힘을 내서 살아가 봐요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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