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지난 이야기
  hit : 2761 , 2013-06-08 23:08 (토)



 토요일, 네가 돌아가고
 네가 사준 참외를 먹으며 조금은 즐거웠다.
 밤이 되고 다시 또 혼자라 느끼며 나는 울었다.
 주말이 지났다.



 월요일.
 갑작스레 터진 불량 건으로 정신없이 바빳고,
 S는 여전히 나의 신경을 자극한다.
 일하다 마주치는 시선. 다정한 말, 웃음, 눈빛.
 황급히 고개를 돌려 전화를 바라봤는데, 너는 바쁜지 연락 한통 없다.
 나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툭. 떨어졌다.
 
 화요일.
 어제같은 어처구니없는 눈물은 흘리지 않으리라 마음 먹고 출근.
 현장에 들어가, 현장사람들에게 업무전달을 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즐거웠다, 일도 마음먹은대로 잘 되고 있고. 신난다며 음악을 틀어놓고
 기안서를 작성했는데, 누군가가 내 마음을 또 툭 건드렸다.
 순식간에 선곡표가 음울해졌다.
 퇴근을 하고 나는 술을 마셨다.
 소주 3잔에 정신을 놓는 사람인데, 무슨 기분으로 또 무슨 기백으로
 나는 폭탄주를 6잔이나 마셨을까. 
 
 수요일.
 죽겠다며 비틀거리며 출근했다.
 친한 현장사람들이 괜찮냐며 걱정한다. 괜찮다는 손짓을 하며 
 측정업무를 시작하고, 육안검사를 하는데
 빌어먹을 눈이 문제다. 거울을 봐도 아무것도 없는데
 순간 왼쪽 시야가 흐려진다 자꾸만.
 아. 또 왼쪽이야.. 하며 식염수를 떨어뜨린다.
 렌즈 꼈었어? 라며 놀라는 동료에게 아니. 렌즈자체도 없다, 임마. 라고 대꾸한다.
 퇴근 후 운동을 했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적막감을 견딜 수 없어
 또 보지도 않을 영화를 틀고, 맥주를 마신다.

 목요일.
 이틀째 술이라고,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오후 늦게 운문사에 다녀오고 순두부찌개를 먹고 오늘은 일찍 쉬어야지, 라며
 저녁 8시부터 책을 꺼내들었다.
 9시에 옥상에서 한잔하자. 라는 톡이 울렸다. 
 친한 회사 선배.
 누구랑 마시는데? 라는 내 물음에, 그 선배가 좋아하는 남자선배란다.
 내가 왜 둘의 데이트에 들러리가 되어야 하지?
 데이트는 무슨. 빨리 와~ 옥상이야, 옥상.
 집 근처 건물 옥상에 있는 분위기 좋은 고기집.
 얼굴만 비추고 운동이나 해야겠다 싶어, 트레이닝복을 주섬주섬 입고 모자를 쓰고 나간다.
 선배와 만나서 인사를 하고 주문을 하고.
 조금 있으니 남자선배가 들어선다.
 안면만 있고 친하지도, 말 한번 나눠본 적도 없는 남자선배.
 몇마디 안했는데 웃고 떠들고, 그러다보니 또 폭탄주 4잔.
 2차 가서 또 하이네켄 5병.
 
 금요일.
 머리가 너무 아파 일어나지 못하고 출근 안 해야지.. 하는 무책임한 행동.
 몸소 실천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차장님이다.
 두번의 전화를 싹 무시하고 있다가 일어났다.
 씻고 옷을 입고 가방을 들고.
 집에 있으면 이 전화벨 소리에 진저리가 날 것 같아, 서점으로 가야겠다 마음 먹었다.
 날씨가 좋아, 한두정류장 정도는 걸어도 되겠다 싶어 걷는다.
 4차선 도로 맞은편쪽에서 하얀색 차가 달려온다.
 익숙한데.... 뭐지.. 뭐지.. 하는데, 창문이 내려가고 운전자와 눈이 마주쳤다.
 차장님이다. 젠장. 
 차장님이 이동네에 왜있지? 외주업체때문에 나왔나?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가고
 어느새 차장님의 하얀차는 불법유턴을 해 내 옆에 섰다.
 
 빨리 타요! 지금 시간이 몇신데 전화도 안 받고 연락도 없고!
 -_ -.. 
 
 회사로 가는 내내 잔소리를 듣는다. 
 회사 정문 앞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어서 들어가란다.
 오는 내내 오늘은 정말 쉬고싶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잠을 못잤다, 라는 
 핑계를 대고 어필을 했으나. 
 씨알도 안 먹힌다. 
 꾸물꾸물 일어나 회사로 들어왔다. 투덜투덜. 




 너에게 연락한다.
 오늘 회사 무단결근하고 놀러가는 길에, 딱 걸려서 잡혀왔어. 젠장.
 푸하하하하, 너는 배꼽이 빠지도록 웃어댔다. 
 


 덕분에, 아주 늦게 퇴근했다.
 차장님은 내 옆에 딱 붙어서 이것저것 시키고 구박한다.
 궁싯거리며 밍기적거리고 있다가 또 잔소리를 듣고. 
 아. 속이야.

 
 아직까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역시 과음은 해롭다. 
 다음주 회식한다는데... 
 술을 마시게 된다면, 그 다음날은 기필코.
 무단결근, 잠수를 탈테다.
 

向月  13.06.18 이글의 답글달기

남자친구에겐, 티를 안내죠. 솔직히 거짓말을 해요, 조금. 괜찮다고, 즐겁다고. 이렇게 술마시고 다니는것도 몰라요.
사실은, 그래서 좀 더 외로워요. 이해해줄 수 있는 부분도 아닐테고.. 응, 맞아. 근본적인 외로움이니까. 그친구는, 오히려 더 옆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할테니까.. 히.

向月  13.06.18 이글의 답글달기

음? 어떤? ㅎㅎ 뭐에 대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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