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trois.
  hit : 2374 , 2013-09-21 15:05 (토)

안개, 이것은 무엇인가.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미세한 물방울이 되어
대기 속을 떠도는 것이다.
구름이 무엇인가.
안개와 마찬가지 현상으로 
다만 높은 공중에 형성된다는 차이뿐이다.
쇠북소리는 무엇인가.
청동을 녹여서 울림이 좋도록 만든 금속기구를 칠 때 나는 소리인 것이다.
부하들이 그렇게만 받아들여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들은
안개에서 우수를,
구름에서 허무를,
쇠북소리에서 죄업을 보려는 식이었다.

- 2권, 85p


염상진은 눈을 내리감았다.
지나온 날들의 기억이 엉켜들었다.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으로 되새기지 않을 수 없는 기억들이었다.
그러나 굳이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기억들은 비록 괴로움에 싸여 있을지라도
결코 후회가 있을 수 없는 자신의 삶 자체였던 것이다.

- 2권, 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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