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끝:-)   quatre.
  hit : 3312 , 2014-05-04 17:58 (일)


어제는 친구와 산성에 다녀왔다.
원래는 시내에 나가서 딸기빙수를 먹으려 했었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가다보니,
연휴를 맞아 놀러가는 차들로 길이 아주 많이 막히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도 문득 놀러가고 싶어져서
친구에게 놀러가자고 이야기했고,
우리는 딸기 빙수를 먹은 뒤에,
버스를 타고 근처 산성에 놀러가기로 했다.

시외버스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나가볼까도 했지만,
까딱하다가는 버스에서 하루를 보내야할 지도 몰랐기 때문에
산성 쪽으로 결정을 했다.

산성까지 가는 직행 버스를 간신히 잡아 탔다.
5월답게 산은 정말 싱싱했다.
상추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보는 것처럼 
마음이 다 상쾌해질 정도로
산들은 모두 녹색으로 덮여 있었다.

녹색이라고 다 같은 녹색은 아니었다.
귀여운 연두색에서부터
어른스러운 짙은 녹색까지.
녹음이 아주 다양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하늘도 맑았다.
정말 잘 따른 물같이 거품 하나 없었다.
햇살도 따뜻했고, 
바람도 적당히 불었다.

놀기에 완벽한 날씨!
친구와 나는 아주 신이 났다.


.
.


아래 쪽을 걸으면서 구경하다가,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성을 보면서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이런 것들은 얼마나 됐을까
왜 이렇게 만들어놨을까, 등등.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풍경 역시 기막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른 동네는 물론
다른 도시까지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예쁘게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열심히 산을 올랐다.
다시 내려오면서는 
영어로 조잘대기도 했다.
친구도 나도 영어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주 이렇게 영어로 수다를 떨곤 한다.

물론 못한다.
버벅대지만 뭐,
한글도 섞어가면서 재미 삼아 가끔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산을 내려와서 
물도 사먹고 초콜렛도 사먹으면서 원기를 보충하고,
버스를 타고 다시 나와 
맛있는 국밥도 사먹었다.
호도과자도 먹고.

정말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놀러가자' 한 마디에 갑자기 떠난 길이었는데,
오랜만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놀았다.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와 
Here comes the boom!
이라는 영화로 피날레를 장식하고
둘 다 노곤하게 잠이 들었다.




.
.


온전히 행복하기는 정말 오랜만이거나,
어쩌면 처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나도 이제 이런 날을 보낼 수 있는 아이가 되었다.

예전에는 놀러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잘 안 갔는데,
이제는 정말 즐겁다.

길지 않은 인생 동안 충분히 사랑하고, 놀으라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말이 이해가 갔다.
놀이가 왜 축복인지.

예전에는 가만히 있으면 
도대체 내가 가진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지,
내 인생은 왜 이러지,
등등 온갖 심각한 문제들을 생각하기에 바빴다.
자연히 심심할 틈도 없었다.
누구랑 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나에게는 숙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나 자신이 내게 부여한 숙제를 끝냈다.
이제 놀고 싶다.
경복궁도 가고 싶고, 대만도 가고 싶고.
이 친구랑도 놀고 싶고,
저 친구도 보고 싶다.


숙제 다 했으니,
이제 놀아야지:-)



 14.05.04 이글의 답글달기

즐거운 시간 보내셨네요~
저도 지금 막내 생일이라 고기부페로
저녁 먹으러 가요^^ 다수결에 밀려서
저는 짬뽕을 놓쳤어요 ㅠ ^^

李하나  14.05.05 이글의 답글달기

고기부페! 맛있게 드셨나요?ㅎㅎ 다수결에 밀리다니ㅠㅠ 그래도 부러운데요! 막내분 생일도 하루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두등어  14.05.04 이글의 답글달기

수고하셨어요

李하나  14.05.05 이글의 답글달기

감사합니다:)

티아레  14.05.05 이글의 답글달기

숙제 끝~~!!
그 홀가분한 마음 충분히 알 것 같아요.
무지하게 많은 빨래를 끝내서 햇볕 쨍쨍한 날에 빨래줄 가득 다 널어버리고
허리를 쭉 펴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외치고 싶은 말.

에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읽어봤나요?
길지 않은 인생 동안 충분히 사랑하고 놀아라...
정말 그래요.
근데 아무나 그렇게 못해요.

티아레  14.05.05 이글의 답글달기

Life Lessons 라는 책

李하나  14.05.05 이글의 답글달기

맞아요, '끝.났.다!' 정말 홀가분한 거 있죠. 맞아요, 그 책에서 나온 말! 얼마 전에 읽었답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노력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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