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19   지난 이야기
  hit : 2456 , 2014-08-19 12:52 (화)
 결국 이렇게 만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그동안 당신과 나 사이에 머물렀던 한 뼘의 간격은
 얼마나 먼 것이었는지요.
 우리 허물어버릴 것이 있다면 빨리 허물고 말죠.
 괜한 오해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남겼는지.
 각자의 앞만 보고 서로 등 돌려 사는 동안
 당신이 그리워했을 나와
 내가 그리워했을 당신은
 더이상 말하지 말기로 합시다.
 이렇게 만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그때는 왜 그랬을까.
 어차피 볼 거라면 하루빨리 만나지기를 바랍니다. 


 비가 많이 내렸다.
 어항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창 문 밖으로 부딪혀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하루종일 누웠다가 앉았다가 책을 읽었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깨어나기도 했고,
 약 먹을 시간의 알람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때맞춰 약을 먹고 끼니를 챙기는 일이 조금씩 익숙해진다.
 외출할 때 가방 속에 약병을 챙기는 것도 또한.
 체중이 계속, 조금씩, 눈에 띄지않게, 하지만 모아놓고보면 많이 줄어들고 있다.
 아직까지는 나만 느끼나보다.

 무소음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것을 보며 멍하게 저녁시간을 보냈다.
 당신은 회식이라고 했다.
 비오는데, 조금만 먹고 꼭 대리운전 불러서 와. 알았지?
 응 걱정하지말고 피곤하면 먼저 자.
 안돼, 걱정되서.. 들어올때 연락해, 알았지?
 
 당부의 당부를 하고 다시 책을 읽는다.
 
 두근두근 내인생. 영화로 개봉한다고 한다.
 당신에게 꼭 보러 가자고 했다.
 첫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읽으며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말하니
 당신이 나를 쓰다듬는다.
 
 10시반에 일어난다고 하더니, 붙잡혔다고 다시 앉았다 말한다.
 내가 못살아.. 빨리 와- 벌써 11시가 다 되가.
 11시반이 넘어서 전화를 했다.
 
 이보세요, 벌써 11시 반인데?
 응 방금 시계봤다~
 마법이 풀릴 때가 됐어, 빨리 들어와~
 무슨 마법?
 렉돌이가 호박마차로 변하던가, 당신이 개구리왕자로 변하던가.
 하하하하하, 알았어, 간다. 먼저 자.
 
 대리운전 아저씨를 불러서 출발했다는 말에
 가디건을 챙겨입고 나간다.
 늦은 시간이라 주차장에 공간이 없다며, 골목길로 나왔다.
 까만 렉돌이가 들어온다. 당신이 내린다.
 
 다행이네. 마법이 풀리기 전에 들어와서. 히힛
 뭐, 렉돌이가 호박마차가 된다고?
 아니, 당신이 개구리왕자가 된다고했어.
 왕자는 왕자네. 하며 당신이 웃는다.
 안 자고 왜 나왔어, 밤되니 이제 쌀쌀한데.
 걱정되서, 빗길에 팔두 그래서, 운전하고 오면 어쩌나, 많이 마셨음 어쩌나 해서.
 조금밖에 안 마셨어. 어서 들어가서 자.
 
 당신은 내 볼을 꼬집고 흔들고 쓰다듬다가 돌아서서 집으로 향한다.
 사라질 때까지 서있다가, 당신 방에 불이 켜지는 걸 보고서야
 나도 현관문을 연다.
 
 

 또 안들어가고 불 켜지는거 봤지?
 어, 어떻게 알았어? 히힛, 치카치카 하구 자~
 어서 자, 잘 자구.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당신의 메시지가 들어와있다.
 - 잘잤어? 나 이제 나간다. 밥챙겨먹고 해.
 
 [늦잠잤어, 히-. 오늘도 수고해요♥]










 오늘도 때맞춰 약 먹고, 산책하고 책을 보고.
 내일은 서점에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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