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쳤습니다...   2015
  hit : 2156 , 2015-09-19 13:35 (토)
#1. 
시나리오는 소설이 아니다.
읽어보라고 주는 건,
정말 '읽기만' 하라고 주는게 아니다.
일종의 '설계도'니까
다양한 검토를 통해 
빈틈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한테 시나리오 주지 않는다.
모니터링을 구할만한 사람한테 
읽어달라 보내는 거다.
그러니...
제발 피드백 좀 주세요. 
하다못해, 재미 있다 없다. 
그런 말이라이라도 해주라.
그게 시나리오를 읽는 예의다.
(개봉 후에 시나리오 읽는 건 논외..)


#2.
변명 한마디.

까칠해졌다는 건
'지쳤기'때문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햄스터 볼>같은 것에 들어앉아
조용히 혼자 있는것.

외향적인 사람들은
주변사람들과 자주 만나면서
'좋은 활기'를 흡수하고 에너지를 얻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을 만나면 오히려 에너지를 쓰는 편.
그래서 남들과 만날수록 에너지가 바닥나고
다시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상대가 연인인 경우엔,
에너지 소모율이 매우 중요한 기준.

에너지가 그리 많이 소모되지 않는 사람인지...
많이 소모되더라도 좋아 죽겠는 사람인지...

감정적인 부분이라
최대한 '무릅쓰고' 버티더라도
생겨먹은게 내향적인 인간이라서
재충전이 잘 안되면 본능적으로 
사람들이 내 '개인공간'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가시'를 세운다.

그래서...
까칠하다고...
요즘..


#3.
언제까지 파야 하는지...
정말 보물이 있기나 한건지...

게다가 그동안 버텨왔던
쌀과 기름이 다 떨어지고...
계속 이 삽질을 할지 그만둬야 할지....
'보물찾기'가 허황된 꿈은 아닐지...

아니 아니,
나이 처먹고 이제와 아이돌 되겠다고 
오디션 연습하는 꼬라지 안되려면,
그만 냉정하게 날 돌아봐야 하는 
그런 시점 아닌가 싶은 요즘이다.

예전에는,
'아, 저거 내가 구상했던 거랑 비슷하네?'
그래서 친한 인간이랑 술 한잔 먹으며
괜히 내 아이템 뺏긴듯이,
'역시 빨리 쓰는 놈이 장땡이여' 
어쩌구 자위했었는데...

요즘은 솔직히,
'아아...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 싶은
그런 아이템들이 자꾸 많아 진다.
뭔가 슬슬 이 바닥에서 내 감각이
퇴물이 되어 가는 느낌...

그래선가, 내 시나리오가 
올드하다고 은퇴하란다...허허

'선수 등록'도
못했는데... 

씨바.


#4.
오랜만에 쌀값 벌 일이 생겨
가보니 '구원 등판' 이란다.

구원 등판이란게, 기본이 '위기'상황.
실점을 피할수 없긴 하지만,
1점으로 막느냐, 대량실점 하느냐...
너무도 당연하게도
내게 걸린 기대는 1점 정도만 주고
무난하게 막는 역할.

여기서 선발 투수가 
알고보니 나보다 연차도 어리고
심지어 학교 후배.

막말로 하자면,
난 후배가 싸놓은 X을 치우는 꼴이지.

사실 그런걸로
자존심 구겨질 정도로
한가하지 않아서 상관은 없는데

앞으로도
이런 내 처지가
크게 달라지지 않겠구나 싶은
어떤 깨달음 같은게...

클라이언트측 담당 대리와 
통화하면서 왔다.

그녀는 지금 자기네 조직
국정감사를 대비하기 위해
눈코뜰새 없이 바쁘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문제로 
나와 통화할 시간조차 아깝다고 하는데...

별로 울컥해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양해를 구하는 내 자신을 보며 
이 포지션의 갭이 아마도 이번 생에는 
극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없겠구나 싶은...

그런 힘빠진 각성?

동시에 투입된 또 다른 '구원 등판'에서도
비슷하게 앉혀지는 포지션...

흠...

두가지 쌀값 등판때문에
발생되는 무제한 '통화'는
박탈감에 더해 매 시간 '방전 알람'을
울리고 있다. 

거기에 혈압이 올랐는지
뒷 머리 두통때문에 어제 하루종일
머리를 제대로 들지도 못할 정도.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자고 싶다는 생각 뿐.


#5.
한가하고 평화로운
토요일 오전에 집에서 쉬고 싶은데,

강건너 중랑천 체육공원에서
유치원 운동회를 한다.

좋다. 
좋은데...

그놈의 앰프 좀...제발
사회자 목소리만 쩌렁쩌렁
내 방에 누워있는 내 귀속을 찌른다.

운동회인줄은
나와보고 알았다.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고했더니
'뭐, 체육공원에서 체육활동하는거 
이해를 좀 해주셔야지...' 한다.

아, 뭐라고 
대거리 하기도 싫다. 

집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겠고...

나가야겠다...
시내버스타고 바람이나 쐴까...

주말사이에 
'충전'을 100% 해야 할텐데...





기쁘미  15.09.20 이글의 답글달기

징징이아조찌

무아덕회  15.09.21 이글의 답글달기

징징거릴데가 여기밖에 없어요...죄송해요..ㅠㅠ

무아덕회  15.09.21 이글의 답글달기

이안감독같은 레벨이 될까 싶긴 하지만, 수년간 일 없이, 시나리오만 쓰고 거절당하고...를 반복하던 시기는 비슷하네요. ㅋ

sparkling happiness  15.09.29 이글의 답글달기

함내요 해줄수잇는말이이거뿐이네유 ㅎㅎㅎ

무아덕회  15.09.29 이글의 답글달기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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