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에 '여름이야기'라는 시나리오를 읽었다. 인연에 대한 슬픈 사랑 이야기였는데, 글을 읽고 '가슴 미어진다'라는 경험을 참 오랜만에 다시 겪게 해줘서 인상적이었고, 그걸 쓴 사람이 원래 시나리오 작가가 아니라 방송작가였고, 또 그게 처음 쓴 시나리오였다는 점에서 놀래버렸다...결국, 그 시나리오는 이병헌과 수애가 나오는 '그해, 여름'이라는 영화로 세상에 나왔고, 그 시나리오 작가는 다시 방송판으로 들어가 드라마를 쓰기 시작하며 승승장구했는데, 그이가 바로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다. 관객을 울리려고 하지 않고, 굉장히 시니컬하게 플롯에 집중하는 스토리를 짜다가 어느 순간, 어디를 아파할지 지긋이 짚어주는 할머니같은 태도를 보일때, 그만 관객이 무장해제되는 기분. 어제의 '시그널'은 10년전에 펑펑 울었던 그 시나리오를 다시 읽은 기분이었다. (물론, 김원석 감독의 세심한 연출과 김혜수의 빨갛게 부은 눈도 큰 몫을 차지했다. 정말 이 드라마는 뒤로 갈수록 더 위대해진다....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