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후유증 Report 4 │ 치유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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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후유증 List (내가 해당되는 것만) 1. 성폭력은 자존감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2. 성폭력은 감정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3. 성폭력은 몸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4. 성폭력은 친밀성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5. 성폭력은 성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1) 많은 생존자들이 이런 경험을 한다. · 자신이 성행위를 원하는 지 아닌 지 잘 모른다. 2) 생존자들은 종종 이런 일을 힘들어한다. · 정서적으로 친밀하면서 동시에 성적인 관계 만들기 6. 성폭력은 가족관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List 출처_ 아주 특별한 용기(엘렌 베스, 로라 데이비스) → 반년 전 61개였던 해당사항이 지금은 14개 줄어 47개 (2013.9.15) → 47개였던 것이 10개 줄어 37개 (2013.12.29) → 37개였던 것이 3개 줄어 34개(14.02.10) → 34개였던 것이 32개 줄어 지금은 2개! (2017.1.22) 2013년, 처음으로 성폭력 후유증 report라는 것을 작성했다. 그 때 내가 후유증 List에서 해당됐던 항목이 총 61개였다. 즉, 61가지의 후유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그 모든 것이 해결되고 딱 2개만 남았다. 너무너무너무 행복하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왔던 것도 있고,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와서 지내는 6개월 동안 정말 많이 좋아진 것도 있다. 사실 성과 관련된 문제는 아직 건들어본 적이 없어서, 진척이 없다. 곧 이 부분도 건드려야지! 이제 2개만 해결되면 된다니. 물론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항상 현재 진행형이겠지만, 어쨌든 나를 정말 힘들게 했던 직접적인 후유증들이 많이 호전된 것을 생각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가 없다. 이제 나는 사는 것이 정말 너무 행복하고 사람들이 너무 좋고, 관계가 더 이상 두렵지 않고, 엄마랑 동생을 사랑하게 되었고 더불어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도 사랑하게 되었다. 여기에 와서 너무나 많은 친절과 사랑을 받아서 그 사랑의 힘으로 치유가 된 것 같다. 교환학생으로 반년 넘게 있으면서 내가 영어는 많이 늘었나, 제대로 된 친구는 사귄 거 맞나, 늘 고민하고 회의감도 들었는데, 사실 내가 원하던만큼 성취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동안 이곳에 지내면서 받았던 사랑들, 만났던 사람들을, 만들었던 추억들을 얻은 것만으로도 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조금 울적했다. 미국 애들이랑 아무리 해도 완전히 어울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나도 늘 하던 얘기만 하는 것 같고 한국인들처럼 깊은 관계를 만드는 게 너무 어려웠다. 기숙사 층에서 한 두 명 정도는 그런 관계가 될 수 있었지만, 만약 내가 영어를 더 잘했다면, 더 친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에 슬펐다. 나도 그 아이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신감 있게 어울리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말, 치고 싶은 장난 다 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니까. 내가 바보 같기도 하고,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나, 싶기도 했다. 층 친구들과 밥을 먹으면서 늘 별거 아닌 이야기를 하는 것에도 지쳤고, 약간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이제 지겨웠다. 그래서 이번 학기 들어서는 한인 학생들이나 국제 학생들이랑 더 많이 어울렸던 것 같다. . . 그렇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언어가 완벽하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여러 경험들을 하면서 잘 지내왔고,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서 영어를 완벽하게 할 수 있었다면, 교환학생으로 여기에 있는 의미도 별로 없으니까. 나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이 곳에 와 있는 것이다. '영어를 한국처럼 할 수 있었다면-'이라는 가정 자체가 합당하지도 않을 뿐더러, 필요도 없는 가정이라는 뜻이다. 나는 영어를 한국어처럼 못 해서, 그런 사람으로서 여기에 온 거니까. 그렇게 따지면 정말 잘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여기서 영어를 좀 더 잘 했으면 사람들하고 좀 더 어울리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정말 아쉽고 답답하다, 는 생각을 할 때 조금 따져볼 게, 그렇다고 내가 한국에서 그렇게 관계에 열심이었나? 하는 점이다. 사실 한국에서보다 여기서 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관계를 맺고, 친해지려고 노력해왔다. 아마 한국에 있었다면, 한국에 있었더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여기에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있을 때보다 관계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나은 한 학기를 보낸 것이다. 여기서 외로움을 느끼고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모국어를 사용하는 상황이었던 한국에서의 나보다 영어를 사용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훨씬 더 풍요로운 관계를 맺고 있으니까. 영어를 못 해서 더 많은 사람과 더 깊게 친해지지 못한다고, 그게 다 내 영어 실력 때문이라고 자괴감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 . . 여기에 와서 사람들이 나를 정말 좋아해준다는 것을 알았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예쁘다는 것,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도 알았다.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들을 얻어간다. 하루하루 작은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고 일궈내는 기쁨,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 행복, 내 안에 피어오르는 좋은 감정들을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전해보는 경험, 그리고 들어보는 경험, 한국에서는 하기 힘들었던 이런 경험들을 이곳에 와서 하면서 정말 많은 치유를 받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라고 욕심을 부리고 있지만, 그게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당장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나는 지금 살아왔던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고, 가장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 있으니까.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편안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고, 나 자신을 온전하게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먼저 다가가고, 이해하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생애의 초기에 자라나면서 하지 못했던 경험들을, 그 때 받지 못했던 제대로 된 사랑을 이곳에서 경험하고 간다. . . 내가 지금까지 보냈던 모든 날들, 만났던 모든 사람들, 만들었던 모든 관계들에 감사한다. 이보다 더 나을 수는 없기에. 살아왔던 날 중 가장 행복한 하루를 보내며, 일기를 마친다. 내일 역시, 가장 행복한 하루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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