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셋...   2017
  hit : 2390 , 2017-03-05 17:04 (일)
#1.
 <도봉순> 참신한 캐릭터와 흥미로운 설정 아이템, 거기에 매력적인 박보영을 가지고 흔해빠진 캔디형 로코물을 만들고 있다. 첫 눈에 띄는 단점은 올드한 호흡. 더이상 젊지 않은(ㅠ) 내가 봐도 지루할 정도로 씬 연출이 장황하다. 그리고 여주 캐릭터는 독특하고 입체적인데 비해, 남주 캐릭터가 캔디 만화 테리우스 버전에서 한발자국도 안움직였다. (심지어 서브 남주까지 둘 다..) 신선했던 여주가 클리세 범벅 남주와 본격적으로 붙으면서 결국 드라마 전체가 식상해졌던, tvN <신데렐라 네 명의 기사>의 경로를 따라 걸을 수도... 참으로 귀하게 구한 신선한 고기를 여러번 사용한 재활용 봉지에 담은 듯한 느낌. 아직까진 박보영의 힘이 드라마를 견인해가는 중. 

#2. 
<EBS 다큐프라임. 사라진 인류>의 주장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현재의 인류가 유일한 종류가 아니라는 것. (자세히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얘긴데, 어쨌든 충격은 충격이다...) 지금은 지구 여러 대륙에 걸쳐 서식하고 있는 가장 많은 사람종류이긴 하지만, 과거 지구에서 수십가지 종류의 사람이 살고 있었고 대부분 '멸종'의 시간과 '진화'를 거쳐 한 가지 종류만 남았다는 것. 여기서 마음에 찰칵하고 남은 지점은, 멸종의 순간 마지막 인류였던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그리고 지금의 인류의 끝은 어떠할까... 

#3.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다 근처 핸드폰 대리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이 노래는 세상에 나온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역사적 전환기의 단초가 되었던 작년 여름, 이대 농성장에서 흘러나와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곡. 이미 과거의 학생운동과는 맥이 끊긴지 오래된 21세기 한국의 사립대학. 그 장에서 '불의'에 대항에 다시 고개를 든 어린 학생들이 선택했던 노래. 이제보니 최순실과 그 일당들이 저지른 만행때문이었지만, 그때 학생들에게 가해졌던 공격적인 시선과 본전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아이들이라는 프레임. 그 고약한 질타를 견디며 스크럼을 짜고 불렀던 노래. 원래 민중가요라는게, 투쟁현장에서 대중과의 '접점'이 가장 중요한 법. 80년대 전성기를 이루었던 민중가요가 힘을 잃은 것이 바로 이 접점을 잃었다는 것인데, 문제는 '집회'라는 '형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 그러면 바뀌어야 하는 게 '콘텐츠'이다. 여러모로 지금은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는 생각. 이쯤해서 10년전 발표되었던 '소녀시대'의 <다시 찾은 세계>를 듣는다. 다시 들어보면 의외로 선동적인 구석이 있는 노래다. 참 잘 만든 곡.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마
눈 앞에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거야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
이 순간의 느낌 함께 하는거야
다시 만난 우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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