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six/sept.
  hit : 2473 , 2017-12-19 09:04 (화)


유독 말을 자주 자르는 친구가 있다.
어제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직도 기분이 나쁘다.
그런 걸 보면 내가 지금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있는 상태인 것 같다.
얼른 머리도 자르고, 필요한 것도 좀 사고 해야겠다.

시험이 끝나면 좀 여유로워질까-
나를 잘 돌보지 않아도 여유롭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많던데
나는 그렇지가 않다.
내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단정하고 깔끔해야 뭔가 남들 앞에서도 안정감을 느낀다.

사실 돈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돈이 없다는 사실에 자격지심이 있어서, 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남들은 별로 신경을 안 쓸텐데
내가 머리를 자르지 않으면 돈 없어서 안 자르는 걸로 보이겠지,
하는 류의.

적당한 돈은 있어야 한다.
얼른 졸업하고 취직해서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
거의 2-3년 간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사는 것 같다.
교환학생 준비하면서부터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정말 교환학생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을까?
분명한 건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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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눈물이 여러 번 났다.
교수님께 과제를 내면서 이번 학기에 수업을 성실히 못 들어서 죄송하다,
졸업을 앞두고 많이 불안하고 바쁘기도 했다, 고 했더니
그런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줄 몰랐다며 한 학기 버텨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그 말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이번 학기는 버텼다.
그 수 많은 일들과 걱정과 불안과 좌절을, 버텨냈던 것 같다.

그리고 저녁에는 아는 언니 때문에 또 울었다.
돈이 없어서 엄마한테 돈을 빌리려다가 역시 실패하고
이미 돈을 여러 번 빌린 언니에게 염치없이 물어보았는데
언니가 정말 너무 선뜻 보내주면서,
이 어려운 세상에 이렇게 서로 돕고 도와주고 사는 거 아니겠냐고,
돈이야 있다가도 있고 없다가도 있고
지금 그 10만원은 자기한테 있는 것보다는 나한테 있는 것이 더 잘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이 너무 고마워서 울었고,
언니를 보면서 나도 나중에 돈을 벌면 꼭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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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났다.
왜 사회학을 배웠을까 답답하기도 했다.
자본주의는 모순 덩어리이며 내가 돈이 없는 것은 누군가의 배를 불리기 위함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내가 배가 불러진다면 누군가는 또 나처럼 이렇게 힘들 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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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번 학기가 이제 딱 사흘 남았다.
목요일에 마지막 과제를 내고 나면 이번 학기도 끝이다.
피곤하더라도 정신이 없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다른 사람들을 돌보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마인드 컨트롤 하기! 

프러시안블루  17.12.20 이글의 답글달기

하나양.. 이제 졸업 이신거에요?

李하나  18.02.11 이글의 답글달기

네 졸업했답니다:)

B  17.12.20 이글의 답글달기

벌써 한해가 가네요. 뒤돌아 보면 한 게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참 많이 노력했고 나름 이룬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아마 하나씨도 그럴 거예요. 젊은 시절은 항상 치열한데 이룬 게 미약하다고 느껴지지만 사실 버티고 겪은 그 모든 게 나름의 의미가 있더라고요. 아직 젊지만 그걸 느끼네요. 힘내세요~^^

李하나  18.02.11 이글의 답글달기

맞아요 앞이 까마득해서 한 게 없다고 생각되지만, 지나온 길들을 돌아보면 정말 많은 것들을 해낸 것 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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