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있잖아   24
  hit : 1977 , 2018-05-06 01:06 (일)

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후려치지 말고 그냥 들어줄순 없을까?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데 
남이 아닌 가족이고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랑 어떻게 이야기 하다가
82년생 김지영책 얘기가 나와서 내가 "어! 나 그책있는데~" 바로 꺼내 보여주었더니
벌레라도 본마냥 질색하면서 그런거 보지말란다...

왜?
라고 했더니 그런 책은 보면 기분만 나쁘단다
그렇다고 안보고 눈막고 귀닫으면 그런 사실이 덮어지기라도 하나?

진짜 새언니한테 잘하고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남자랑은 다르다고 생각했던
우리오빠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니...

음... 난 믿겨지지 않아

여기에 우리엄마가 외삼촌들 공부 시키려고 대학도 안가고 뒷바라지 한 이야기랑
새언니가 아기를 낳고 잘 다니던 직장 자연스럽게 그만둔 이야기도
초등학교때 나를 무지 괴롭히고 못살게 굴던 남자애가 있다고 털어놓았다가
엄마가 "그건 너를 좋아해서 그렇게 행동한거란다"라고 말한것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적혀져 있는데

그게 꼴보기 싫다고?...
아...... 이얘기 하다가 1시간동안 서로 언성을 높이며 진을 뺐다
진짜진짜 우리오빠는 내가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있다고 해도 응원까진 안바래도
이상하게 보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전남친 행동과 다를게 뭐야...

실망 대실망이다
남자가 하면 멋있고 생각이 넓은거고
여자가 하면 결국 과하네, 여성이 더 살기 쉬운세상인데 배부른 소리라고 한다

내가 페미한다는게 그렇게 싫은거야?
그렇게 따지면 나이팅게일도 여성참정권을 위해 운동했는데

평등이 아니라 그냥 오빠는 여성우월주의라고 생각해버리는데
언제 여성우월주의였던건가...? 이해할수가 없다

남자는 기분나쁘다 생각하면 거기서 끝이지만
여자는 생존 문제인데...

답답하다

거기에 이어 비혼이라고 했다가
교회얘기 꺼내면서 남녀가 가정을 이루어 아이를 낳는것이 기본이라고
자꾸 나를 괴롭힌다

"너 그렇게 말해도 나중에 니가 제일 먼저간다?"
"너 너무 잘휩쓸려~ 지금이야 그렇지만 나중엔 페미니즘 아닌 삶으로 돌아갈거야"
"은빈이한테 그 얘기로 언쟁하지마라, 쟨 완전 페미니즘에 빠져서 자기가 똑똑한줄 안다"
라고 여자는 남자없이 살수없다 라는 류의 말을 자꾸한다

하.....
갑자기 "결혼 그거 안해도돼! 여자가 능력있고 잘벌면 혼자 살아도 되는 세상이야"라고
말했던 할머니가 보고싶다....
결혼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높은확률로 아기가 생기게 되는데
나 정말 내 건강 깍아내리며 아기를 낳고 싶지않다

머리만 조금 지끈거려도 쉽게 진동제를 삼키는 사람들이,
저점 하나 뺄 때도 꼭 마취 연고를 바르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엄마들에게는 기꺼이 다 아프고, 
다 힘들고,
죽을 것 같은 공포도 다 이겨 내라고 한다,
그게 모성애인 것처럼 말한다

라고 나 모든걸 다 알고 있는데
나 신생아실에서 반년이라도 일해서 현실을 모르는것도 아닌데
왜 자꾸 날 못괴롭혀 안달인거야...

전남친 때문에 남자 질려서 안만난다는데
너가 좋은남자를 못만나봐서 그렇다는둥.... 제발 그만그만...
그렇게 하면 나 어떻게 비상금으로라도 몰래 집을 나가버릴거야
몇개월만 꾹 참고 일하면 원룸세살이라도 할수있다
역시 집은 나의 자존감을 다 앗아간다

다 그렇게 사는거라고 
너만 그런게 아니다도 지겹다
그래서 
더이상 여러가지 일상얘기는 가족한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약점이 되니까

"너가 그 사람들 질리게 했나보지"
"너가 딱 사람 신물나게 해"
"너 만나는 남자들 성격 보살이네"
그만 그만 후려치기...

정말 오늘 너무 화나서 소리도 막지르고 
감정대폭팔이었다
덕분에 E근무(2시~10시)에 지장을 줄정도로
드문드문 생각나 나를 괴롭혔다

자꾸 생각하지 말라하는데
그게 쉽니
10년전 상처라도 그게 잊혀지는 상처가 있고
아닌게 있는거다

그게 잊혀지고 다 괜찮아졌다면
병원이 왜 생겼겠냐라고 
오목조목 따질 이야기가 
언쟁 후에 생각나서 화가난다

이기고 싶은데
결국 내 아픔을 겪어보지 못한 오빠는
평생 내가 겪었던 그 상황을 공감할수 없다는것 잘알지만
그래도 이해할수없다

그냥 죽어서 관속에 들어가는것도 혼자이고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다면
혼자 먹는것도 하나의 일상인데
혼자서 뭘 한다는걸 왜그렇게 못잡아먹어 안달일까

그렇게 따지면 자기도 용돈없이 궁핍하게
마이너스 요소만 많은데 결혼해서 개고생하면서
내가 갖고있는 고가의 물건이나 이것저것 이득이 된다 싶으면
달라고하면서

난 절대 내가 손해보면서까지 힘들게 살지 않을것이다
아둥바둥 살고 싶지않고
아기를 낳는다해서 상황이 역전되는것도 아니다
오히려 걱정해야 하는 사람이 늘은거고

나도 내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 아닌걸 알기에
나와 같은 고통을 안겨주기 싫고
성별이 남자면 얘가 남의 귀한딸한테 피해를 입히면 어쩌지?
여자면 혹시라도 남자들한테 성범죄에 노출되서 말도 못하고 우울증이라도 오면 어쩌지?
다 걱정이다

그리고 내 성격을 반이나 닮을텐데
절대절대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거고
결혼도 안할거다

아 진짜 나한테 니가 진정한 페미니즘을 아냐고
그냥 대충 듣고 배워서 말하는거 아니냐고 하면서
페미니즘을 배우는 나한테 완전무결함을 따지는 행동
너무 얄밉고 화난다

기프티콘 먹고싶은거 달라고나 해야겠다
내 5만원짜리 체중계도 받아갔으면서
그에 맞먹는걸로 받아야지

다음에는 절대 주지않을것이다
절대 착하게 살지 않을거고
이기적이고 나만을 위한 삶을 살것이다

그전에 돈이라도 차곡차곡 모아놔야지
원룸이라도 전세 낼 돈이라도 구해서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언젠가는 독립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해놓을것....

5년만 더 지나도 가족은 말할것도 없고
친척들도 후려치기 들어올텐데
단단히 재정준비 해놔야지...
그리고 십일조는 제발 좀 해결됬음 좋겠다
감사헌금이라도 하라면 할텐데
30만원을 어떻게 내냐고...

정 안되면 만원이라도 넣어서 내야겠다
그리고 왜 이렇게 냈냐고 물어보면
마음이 없는데 엄마가 자꾸 내라해서
부담스러워서 만원이라도 넣어서 냈다고 얘기하면 오바일까?
아... 
이것도 어이없는게 왜 나는 내 감정을 다른사람한테 허락받는것도 웃겨
내 감정은 내 것인데
그냥 말해버리면 예리하다도 아닌 예민하다라고 치부하는것도 화나고
별게 다 화나는 투성이들이다

그렇다고 절대 페미를 모르던 때로 돌아가지 않을거고
돌아갈수가 없다
간다면 자연스레 굽히고 가야 할일이 태산이 되기 때문에
절대 엄마, 할머니들이 겪었던 일들은 난 되물림 받지 않을것이다
그 일들을 보상은 누가 해주냐고 오빠가 말했지만
후세대의 여자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려면 나 때에 시집살이가 끝나야한다

웃긴게 오히려 자기는 남자이고 당해본적도 없으면서
나한테 그건 어쩌냐고 따지니 지금생각하면 한대 때리고싶네
그리고 중간에 남자가 잘 중재역활 했더라면 그런일도 없었을거라고
정신간호학 교수님이 한말도.
난 절대 말을 헛되게 듣지 않는다
다 뼈처럼 기억하는데 누가 누굴 가르쳐?

난 정말 똑똑하고 이기적이고 행복하게 살거야
ㅇㅇ엄마의 인생이 아닌 정은빈의 인생으로
드라마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희생하는 그런 류는 절대 소비하지도 않을것이다
무조건 희생해야 좋은엄마다 라고 말할수 없으니까

이 글을 쓰고 나니 좀 마음이 편하다
난 나만의 인생을 살것이다 
물론 안외롭다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언젠가 모두 혼자가 되는 날도 올거니까

혼자는 외롭지만 둘은 괴롭다라고 거의 띵언수준인 명언을 잊지 말아야지
나는 다른사람을 다 믿진 않을것이다

정말 언젠간 내가 페미한다 해도 
내이미지 나쁘게 보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벗어날수 있는날이 오면 좋겠다
세상이 한순간에 바뀔수 없겠지만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는다면 그것도 이룰수 없는 일은 아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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