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일기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쨍한 햇빛 hit : 700 , 2019-08-25 23:39 (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와 둘이서 이케아에 갔다.
오늘이 3번째 방문인데, 갈 때마다 그 큰 스케일에 항상 놀란다.
주차장도 넓고, 엘레베이터도 크고, 천장은 높고...
특히 입이 떡 벌어지는 곳은 마지막에 셀프 픽업하는 곳.
대형 물류 창고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비쥬얼을 가구점에서 보여준다니.
코스트코를 한 번도 안가봤지만 거기도 식료품을 대량으로 판다는데, 외국은 우리나라랑 기본 단위가 틀린걸까..
가뜩이나 키가 작은 나한테는 부담스러운 장소이다.

쇼룸에서 보라색 침구로 꾸민 침대를 보고 처음으로 내 방도 저렇게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
이렇게 크고 많은 물건이 모인 곳에서 딱딱 어울리는 상품들을 찾아 방에 적절하게 배치한다는게..
나는 끽해봐야 하양 까망 모던룸으로밖에 못 꾸밀것 같은데.
모던한걸 좋아하는게 아니라 다른 색 배치엔 자신이 없어서.
이렇게 색감도 예술적 감각도 전무한 주제에 항상 그런 쪽을 동경하면서 괴로워한다는게 아이러니하다.

밥은 이케아 식당이 아니라 롯데 아울렛 식당가에서 먹었다.
아무 생각없이 일본식 라멘집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엄마가 나를 붙잡고는
여기서 먹었다가 막 잘못되는거 아냐?
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그러고보니 사람이 한참 많을 점심시간인데 식당은 텅 비어있었다.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일본 불매 운동 때문에 그렇구나.
엄마는 일본 불매 운동 관련해서 인터넷에 사진을 찍은 글이 올라온다거나 하는 뉴스 때문에 신경이 쓰이셨나보다.
그래서 결국 다른 식당에서 먹었는데 생각해보니
일식집에서 밥먹는 사람을 찍어서 조롱할 사람들이 정작 롯데몰에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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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만히 쉬고 있는데, 엄마가 홈쇼핑을 보시면서 누군가와 계속 통화를 하시더니 갑자기 나한테
우리 저기 여행 가는거 예약했다~
라고 말씀하셨다.
티비에는 국내 4인 여행 코스 광고가 나오고 있었는데 우리 집 가족은 5명이다.
맞지 않는 숫자에 의아해져서 우리? 하고 물었더니
아~ 교회 사람들~ 이라고 답하신다.
이케아에 갔던 것도 교회에서 쓸 의자를 사러 가셨던건데
가족들에게는 말도 없이, 교회 사람들과 여행 약속을 잡고 그걸 '우리' 라고 표현하시는게
그게 나는 왜 그렇게 거슬리던지.
이게 질투심인지 서운함인지 알 수가 없다.
애초에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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