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했다, 마음도 다했다.   말로표현못하는어떤것
  hit : 783 , 2022-08-28 23:37 (일)


여름의 시작에 그 사람이 서 있었고
사랑인 줄 알았고, 사랑이 아니었고
이번 여름에도, 사랑은 완성형이 아니었다.
사실 완성까지 확신이 드는 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될 진 몰라도
사랑의 형태에 가까워지고 싶었던 사이였다.


말과 행동은 지인이라기엔 살짝 이성 사이에서 선을 넘었고
그렇다고 나중에 내가 언제? 라고 말할 수 있게 언제든 꼬리를 자르고 빠져나갈 수 있도록
여지는 항상 남겨두는 사람이었다.

내내 궁금했는데, 그 마음이, 그렇게 뱉어내는 단어들이 무슨 의미인지...
그 사람과 보낸 시간은 좋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여름의 나는 연애에 있어서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인간관계는 그렇게 여유 있게 꾸려가면서...


확신을 주지 않아서 혼자 속으로 앓다가
큰마음을 먹고 관계에 대한 기대와 마음을 놓아버렸다
나만 놓으면 되는 관계라는 걸 깨달았기에 많은 시간을 써서 감정을 정리했다
'원래 내가 가진 게 아니니까 잃어도 상관없지'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한 것 같다


끊임없이 끌려 하고, 수없이 휘둘리고, 덧없이 기대하고, 기약 없이 기다리고
사람이 참 영악한 게, 멀어진 걸 금방 알아챈다.
잡히지 않으면 잡고 싶어 하고 멀어지면 가까워지고 싶어 하고
곁에 있을 때 소중히 대해주지 그랬어

나는 당신이 당기고 싶다고 당기고 밀고 싶다고 밀수 있는 존재가 아닌데.
사랑을 말하지 않았으면서 이제와 보고 싶다고 말하는 너.
니가 나에게 그 얘기를 꺼내기까지도 꽤나 시간이 걸렸지. 


생각해보니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한결같이 소중하게 대해주던데
기다리게 하지 않고, 혹여 잠깐이라도 기다리게 한다면 미안해하고
근데 난 허울뿐인 약속에 휘둘려버렸네


싸운 게 아니고 포기한 거니까 관계를 악화시킬 생각 없어
보고 싶지 않아도 가끔 마주쳐야 하겠지만
이제 더 이상 나에게 직접적으로는 묻지 못하더라? 멀어진 걸 알긴 아는구나
다른 사람 이용해서 우회적으로 묻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나에게도 직접 물을 용기가 없는 말은 그만큼의 가치가 없어. 


내가 경험한 사람 카테고리에는 새로운 인물 사전이 추가됐는데 난 사실 이런 사람은 처음이라
신기하고 이해가 안 됐어. 내가 그렇지 않아서. 그렇지만 인정하기로 했지. 그냥 이런 사람도 존재한다는 걸
- 관계에 있어 책임을 지고 싶지는 않은 사이. 관계를 정의하기 시작하면 의무와 책임감이 늘어나니까.
- 보면 즐겁고 좋고 매번 이렇게 유희적인 사이였으면, 안 사귀어도 원하는 만큼의 감정적인 즐거움은 충족되니까.
- 감정의 표현은 비정기적으로, 상대의 기분이나 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본인이 원할 때만 다가오는 쉽고 편안한 사이


처음엔 화가 났어. 너한텐 내가 이렇게 쉬운가 만만한가.
지나고 보니 너는 미숙하게 본인 감정만 중요한 애어른이었고
내 감정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거,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많은 마음을 허락한 까닭에 내 감정은 배려받지 못했고 존중받지 못했어


사람들이 제각기 짝을 찾고, 하나의 가정을 이루어가고
나의 시선에서 보면 자연스럽다 느껴지는데
내 연애는 왜 이 모양일까 싶기도 하고, 다음번엔 좀 더 잘 할 수 있겠지


덕분에 내 여름은 마음이 아팠고, 플레이리스트에는 즐거운 여름 노래 대신 발라드가 가득했어
계절은 끝났고, 새로운 계절이 와
앞으로 내가 바라보는 계절엔 너에 대한 따뜻함도, 그때의 다정함도 없을 거야.
나도 새로운 관계의 형태에 대해 뭐 하나 배웠으니까... 당신도 상실감에 대해 조금은 느끼고 배우기를 바라. 
-  여름이 다했다, 마음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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