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잃다. [실명]   미정
  hit : 983 , 2003-03-30 01:53 (일)
   정말 오랜만에 무언가를 써보는것 같다.

  사춘기 때 썼던 글들을 잠시 읽어보았다.

  '나도 이렇게 감성적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혼란스러웠다.

  그때에 용기가 이제 나에겐 없나보다.

  그때에 열정 또한 식었나보다..

  나이 드신 분들이 이글을 보신다면 웃으실테지만,

  정말이지 지금 나에겐 그때에 용기가 많이 사라졌다.

  지난 4년이란 시간이 날 많이 변하게 만들었나보다..

  17살에 난 아무것도 없이 집을 나왔다.

  꿈쩍도 하지 않는 아빠에 그늘 아래에서 벗어났다.

  그 땐 단지 학교도 못가고, 집에서만 갇혀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꼭 죽어버릴 것 같았다. 단지 2만원을 들고....

  그래도 이만큼 살아왔다. 19살에 다른 누군가를 만나기 전까진

  그나마 항상 난 나쁜길로 빠지지 않고, 잘 살아왔다는 자신감은 있었다..

  그는 첨에 자상하게 다가왔다. 새로운 울타리가 생긴 것만 같았다.

  난 그가 나에게 집착하는 것이 정말 나를 너무 사랑해서 인줄 알았다.
  
하지만, 또 다시 울타리를 버렸다.. 그동안 너무 황폐해진 내모습을 발견했을 때 너무 슬펐다.

중간  중간 헤어지려구 무진 노력을 하고 몇개월씩 잠적두했었는데,항상 돌아오는건 상처뿐이었다.

다시 울타리가 없는 곳으로 나오는 것이 두려웠었지만..

이젠 그에 어두운 그늘 아래에서 벗어났다.

또다시..

이제 정말 그에 이름도 생각하기 싫다.

이제 다시 내 자신을 자신감을 찾아야할 때인데...

너무 힘들다.

내게 있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아름다운 20살의 시기를 슬픔에 갖혀 지나왔다는 것이,

그동안 힘들게 쌓아올린 것이 하나도 내손에 없다는 것이,

그리고 또 다시 나에 울타리가 사라졌다는 것이 날 힘들게한다..

지옥같았던 그늘 아래에서 나오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 그늘에서 넘 오랜시간을 보냈나보다. 4년이란 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인 줄 몰랐다.

갑자기 양지로 나오니, 눈이 부시기만 할 뿐, 앞을 볼수가 없다..

어지럽다. 혼란스럽기까지하다.

무얼 해도 그때 뿐, 누구와 있어도 그때 뿐, 웃으면서 내 머릿속이 하얗다는 걸 느낀다.

모두 다 내것이 아닌 것처럼..혼자인 시간이 너무 두렵다..

맘이 너무 아프다. 이 공허함은 무엇일까?

머릿 속이 텅 빈 것같다.  가슴 속이 뻥 뚫린 것같다.

이제 또 다시 날은 밝아 올 것이고, 나에게 또 내일이 찾아온다.

너무 밝아서 아무것도 볼수 없는 내일이..      

      
appletree  03.03.31 이글의 답글달기
지금 필요한건 용기가 아닐까요.

너무 흔한 말이겠지만 님에게 필요한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용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다른 상황에서 힘들어

하지만 그들은 똑같은 감정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바로 '두려움'이지요.

상처받고 싶지 않은 두려움,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 어쩌지

도 못하는 막막한 두려움.. 두려움은 여러가지 모습을 갖고 있

지만 그 자신을 억압한다는데는 동일합니다.

제 섣부른 의견일지 모르겠지만 님은 혼자라는 두려움이 가

장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쇼생크 탈출'이란 영화를 보면 30년간을 감옥에서 살다 석방

된 한 흑인 죄수가 결국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죽음을 선

택합니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이 석방되는 것조차 거부

하려고 하였지요. 지옥같은 곳이였지만 오래전에 그는 그곳에

서 인간답게 살 의욕을 저버린 채, 모범수로 그곳 생활에 너무

나 잘 적응해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는 수용소 밖의 세상이 두

려웠습니다. 자신에겐 얼굴의 주름살과 들어올때 입었던 단벌

의 옷가지가 전부였으니까요.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없었습

니다. 수용소에서는 늘 그를 괴롭히는 존재라도 자신을 둘러

싸고 있었습니다. 텅 빈 집에 들어올때, 그는 수용소가 그리워

졌습니다. 욕을 내뱉으며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줄 사람이라

도 있었으면 했습니다.

이미 어둠에 익숙해진 사람에겐 빛이 두려움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일뿐 입니다. 이 시간을 견딘다면, 지금의

두려움을 넘는다면 더 큰 사랑들이 님을 감싸안을 겁니다.

사람은 혼자라고 느낄때가 많습니다.

잠깐의 외로움에 지쳐 다른 나무에게 기댄다면 그 그늘에

가려 병이 들고 자라지 못합니다.

용기를 갖고 뿌리를 내리세요. 더 깊게 더 튼튼하게.

녹음이 무성하고 꽃이 피면 새들이 날아듭니다.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외롭지 않을 겁니다.

혼자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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