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쁜년이야.   미정
  hit : 1310 , 2003-06-26 14:40 (목)
그 아저씬 이제 직접적으로 나한테 좋다고 하네요.

근데 왜이렇게 미안한건지 모르겠어요.  며칠 전 내가 MSN에서 나 좋아하냐고 물을 땐

대답 안하려고 요리조리 피하려고 하더니, 그 때 좋다고 말한 이후 아예 노골적으로

말하네요.  네가 좋다고. 널 사랑한다고.

물론 나도 싫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자꾸 더 부담스러워 지는 걸까요?

어쩌면 나 떠날 수도 있는데.  아직 결정은 안했지만 중국 가기로 결정하면 곧 떠날

사람인데.. 내가 그 아저씨한테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 아저씬 내가 유학생이라는 것도, 어쩌면 떠날 사람이는 것도,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학교 휴학하고 알바나 하면서 한심하게 지내는 애로 알고 있는데..

내가 더 미안한건, 아마 내 마음 속에 다른 사람이 있어서일거예요.

그 아저씨랑 마주앉아 있을 때도 생각하죠.  '그 사람도 이 아저씨처럼 재밌는 사람이었는데,

참, 잘 웃고, 날 즐겁게 해주던 사람이었는데.. 이 아저씨가 그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사람은 저한테 그러더군요.  내가 나쁜 사람이라고.  어쩜 그럴 수가 있냐고.

그 아저씨가 날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싫은 내색을 하지 않은건, 지금 나도 너무

힘들어서 일거예요.  힘들면 누군가가 내 옆에 있길 바라는게 사람 심리잖아요.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죠.  이기적인 인간들에게 난 언제나 손가락질을 하면서

흥분을 하며 욕을 해대죠.  그러나 나 역시 그 인간들의 한 부류였어요.  나 스스로만 난

그런 인간이 아니라고 부정을 해왔던 거죠.  참 가식적으로.

내 친구가 첫사랑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과 새롭게 시작할 때, 그 친구가 저한테 그랬습니다.

"나, 아직도 걔 좋아해.  물론 지금 오빠도 편하지만, 난 걔가 언제든지 나한테 찾아올거라고

믿어.  그리고 걔가 나 찾아오면 난 걔한테 갈거야."

그리고 전 이렇게 말했죠.

"너, 그러면 정말 나쁜년이야.  지금 오빠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그런 생각을 하냐. 오빠

한테나 잘해.  그런 애는 잊어버리고.  그 오빠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마음속에 다른 사람 간직하고."

문득 이렇게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근데 지금 오히려 제가 더 나쁜년이 됐어요.  그래서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질 않아요.

아저씨한테 얘기해야 되는데.. 나 사실 유학생이라고.

그래서 어쩌면 다시 떠날 수도 있다고.  그런데 언제 어떻게 얘기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늘 입에서만 맴돌고, 만나면 웃기만 하고 헤어지죠.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실망할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싶지가 않아서 더 머뭇거리고 있는거겠죠.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날 좋아해주는 누군가가 내가 이 말을 함으로써 떠난다는 사실이 기분

좋지 않기 때문이죠.  맞아요. 이게 가장 솔직한 제 마음입니다.

오늘 아저씨를 만납니다.  연극을 보여주고 맛있는 거 사준다고 했거든요.

난 뭘해줘야 할까?



매일밤꿈꾼다  03.06.26 이글의 답글달기
그래도 옆에서 사랑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 부럽습니다

좋겠어요 저는 부러운걸요

행”ㅗ究셀

farce  03.06.26 이글의 답글달기
한번있었던일은 두번 있을수있다.

역시 결정하는건 자기자신이지요.
누군가가 마음속에있어도 지금 만날수있는사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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