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의 차이가 뭘까.
나도 이전엔 다른 20대들 처럼 처세술과 성공론에 매력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성공하는 처세쪽에 늘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맞아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성공하지 못한 채 성공을 바라고만 있는 마음의 자위행위일 뿐이었다.
난 성공의 필수 과정인 노력이라는 과목에 대해 무척 인색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먼저 애초에 노력에 대해서 비관적인 자세가 내 내면에 깊이 있는데 그건 자신감 결여다.
그럼 난 용기를 얻어본 적이 없었던가?
내 인생을 거쳐간 많은 사람들이 내게 용기를 줬다.
자신감을 일깨워주고 내가 스스로 싸매둔 껍질을 깨보려고 가까이서 확성기를 대고 잔소리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난 내 껍질을 깨지 않았다.
내 곁을 지나간 많은 사람들의 용기와 격려가 다 거짓말인가보다.
넌 크게 될 수 있어.
넌 잘 할 수 있을꺼야.
넌 뭔가 될꺼 같아.
넌..
넌..
넌..
...
그치만 난 현재 성공의 어느 근처도 가지 못했다.
왜!
노력하지 않아서?
그보다 먼저 자신감이 없어서다.
난 내가 노력을 무척 못하는 애라고 늘 생각해왔다.
실제로 내겐 독한 맘같은거 있지도 않고 무언가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전진하는건 나답지 않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발등에 불똥 튀기니까 가끔 없던 초능력이 발휘되더라.
못할꺼 같던것도 해내고 내게도 이런 힘이!? 스스로 감탄할 정도로 꾸준히 잠안자고 안먹고 땀흘리며 노력하는걸 하더란 말이다.
그러나 그 유효기간은 길지 못하다.
왜냐면 난 금방 자신감이 없어져 버려 내가 노력하는 수고가 다 헛되다는 망상에 사로잡히며 망연자실해 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해낼 수있겠어?
내가 뭘하겠어..
실패해서 실망하게 될 내 모습을 미리 상상해서 겁에 질려 버린다.
그리고 난 내 손에 모든 삽과 괭이를 놓고 그냥 석양만 바라본다.
그리고 눈물짓는다.
석양은 참 아름답기도 하지...
난 왜 이렇게 깊은 구덩이에 나를 버려둔 채 끌어올리려는 손길 조차 허무하게 만드는걸까.
난 어쩜 그렇게 성공을 바라지도 않는걸까.
정말 무난과 안주에 만족하며 주저앉아 가장 편하고 가장 안전한대로 구덩이 속을 택해 버린걸까.
그대로 이 자리를 지키기엔 과거에 내 귀에 외쳐준 확성기 소리의 메아리가 아깝게 맴돈다.
곧 사라질텐데..
남아있는 메아리의 마지막 여운이 있을때 난 일어서야 하지 않을까.
무엇이 그렇게 자신감이란걸 가져간걸까.
아니 가져갈 자심감이라도 있었던가..
누군가가 부어주려고 애썼던 소리마저 나이들었다고 사라져 버렸는데 난 뭘 의지해서 자신감을 회복하지.
아마츄어 영화평론가 모집 광고를 봤다.
당첨자는 1년 동안 모든 시사회의 프리패스를 얻게 되고 각종 행사에도 우선 초대된다.
돈도 못버는데 영화라도 공짜로 보자 싶어 응모하기 아이콘을 눌렀다.
공통필수과목인 올드보이와 자유선택과목인 다른 영화 평을 써서 두편을 올리면 되는 거였다.
올드보이는 너무 많이 봐서 오히려 둔감해졌다.
그래서 뭘 써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끄적끄적 나름대로 막 써가다가 글이 일관성없이 야생마처럼 날뛰는걸 느끼고 다시 저번 깃수의 평론가들은 어떻게 썼나 읽어보고 스타일 컨닝좀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바로 썼던 글도 그냥 날려버리고 응모를 포기했다.
거긴 적절한 비유와 고급문체를 섞어가며 솔직담백하게 씌인 좋은 평들이 수두룩했다.
젠장! 난 못해!
.
.
.
그래 난 금방 자신감을 잃는다.
난 너무 못나지도 않았지만 너무 뛰어나지도 않았다.
그래서 너무 못나지 않은게 아까워서 너무 잘난 대열을 탐내지만 역시나 잘난 사람들은 너무 잘나버렸다.
욕나오게 시리..
내 동생이 밖에서 술먹고 들어오더니 술김에 내 침대에 드러누워 잠꼬대같은 소릴 했다.
[왜 영화에 연기못하는 배우와 연기 잘하는 배우가 있는줄 알아?]
[나야 모르지..그런건 하이카도 모르는거잖아.]
횡설 수설하는데 각설하고 갑자기 나보고 [얼른 시나리오 써!]라고 말했다.
쟤는 내가 아직도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애로 보이나...대꾸도 안했다.
[지금 영화 사람들 만나고 왔는데 시나리오에 얼마나 굶주렸는줄 알아? 영화판에 시나리오가 없대!]
이 얘기는 내가 처음 시나리오를 쓸때부터 들어왔던 얘기다.
충무로는 늘 시나리오에 허기져 있다.
그래서 늘 작가키우기, 작가 발굴하기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다.
그건 늘 그렇다.
아무리 신인이 발굴되고 새 당선작이 나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영화는 세계적으로 급부상했고 너무나 투자하기 좋은 전도유망한 거대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인재가 부족하다니..얼마나 그들의 똥줄도 타오르듯이 아플까.
알고 있는데..
그런거 나 아주 잘 아는데...
그곳은 황금어장과도 같은 거대 바다이며 뛰어들 가치가 있는 멋진 일이며 나의 현실의 목마름을 채울수 있는 내게 너무나 좋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난 눈뜬 장님처럼 이 황금어장을 스쳐 지나가 버린다.
왜?
자신감이 없어서.
자심감이란 기름이 없어서 노력할 엔진도 힘이 없다.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겠다.
누군가가 끌어주지 못하면 엎어지면 코닿는데 있는 헬스장도 혼자 못가는 선천적 의지박약아다.
그렇지만 그런걸 혼자 해야지. 누가 내 앞길 코치해주고 이끌어주고 도와줘.
지가 앤가? 장애인도 아니면서..
그치만..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데...
해보겠단 의지가 끓질 않는다.
그냥 못하겠단 우는 목소리만 남았다.
그리고 시간따라 멀어져가는 열차 뒷꽁무늬가 고개 넘어 사라지기만 기다리는 아쉼만 남았다.
그리고 원망한다.
나를 자신감 없게 만든 모든 눈초리와 사건과 목소리와 비난의 화살들을 다 일일이 기억해 내며.
그것 때문이야.
저것 때문이야.
그렇게 비겁한 원망을 하며 또 시간을 보내버린다.
모두들 자기 앞가림하느라 바뻐서 나를 뒤돌아봐줄 누군가는 없어.
단지 내가 일어서지 못하게 밟는 구두굽만 있을 뿐이잖아.
나를 스쳐갔던 수많은 구두굽을 기억해낸다.
그들의 이름에 저주의 주문을 걸지만 저주는 돌아와 나를 더 무기력하게 할 뿐이다.
이런 넉두리 이젠 싫다.
부끄럽고 비겁한 보호막이다.
세상에서 제일 꾸리고 약하고 치사한 보호막이다.
난 이러면 안될꺼 같다.
그런데 이러면 안될꺼같은 맘도 없어져 버릴까봐 떨고 있다.
두근두근..
떨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