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갑자기 비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듯이 세차게 내리붓기 시작했다. 심장을 울리는 천둥소리가 한번씩 치고 나더니 갑자기 건물전체에 전력이 나가는 사태까지 발생해 버렸다. 전기는 곧바로 들어왔지만, 이미 인터넷은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번개로 인해 모뎀이 쇼크를 받아서 그럴수도 있다는 A/S직원의 말에 내일을 기약할수 밖에 없었다.
간만에 비도 시원하게 오고 공부를 못하게됐다는 좋은 핑계가 생겨버린 나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짜장한테 전화를 했다. 그녀석은 내가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KGB두병을 사가지고 이리로 들이닥쳤다. 사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괜히 오바했다고 피식웃고 우리는 아니 나는 정말 오래간만에 술이란것에 입을 대기 시작했다. 제대 후 계속 안마셨으니까 5개월짼가? 아무일도 없었던 우리 사이에는 술로인해 자연스럽게 마음속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고 민감한 사랑이야기도 하게 되었다. 비도 오겠다. 술도 마셨겠다. 여자생각이 나는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항상 후회로 뒤범벅된 옛사랑의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한켠에 씻지 못할 여운을 남긴채 끝을 맺곤 한다. 이야기가 더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늦어 내일 회사가야되는 녀석을 집에 보내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해서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사람을 떠올려 봤다. 누가 더 친하고 친하지 않고를 떠나서 이시간에 전화받을수 있는놈은 딱 하나 대성이 밖에 없다...
전화를 했고, 난 주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앞뒤도 안맞는 이야기로 얼마나 전화기에 대고 떠들어 댔을까? 녀석은 그런 나를 굉장히 재미있어했고, 난 점점 술이 깨면서 창피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전화를 끊고 일기를 쓴다...지금...
그런데 머릿속에서 아까부터 떠나지 않는 이름이 있다. 항상 너무나 미안해서 감히 마음속으로도 당당히 불러보지 못한 그 이름이...오랜만에 들추어 냈던 기억이 다시 날 괴롭히기 시작한다...항상 후회되면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면서 그리고 또 새로운 사랑을 만날것을 기대하면서 그러면 더 나은 내가 되겠노라고 맹세하면서...그렇게 오늘밤은 내 첫사랑과 함께 비에 씻겨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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