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여유   미정
 새벽에 천둥번개 그리고 비 hit : 255 , 2000-12-24 03:14 (일)
짱이의 일기 -- 2000. 12. 22    금요일    새벽에 천둥번개 그리고 비

목요일의 여유


친구 몇 명이 전화를 걸어와 속을 시커멓게 만들고 사라집니다.
『 여자친구와 강원도에 있는 콘도로 여행 가는데,  부럽지? 』
이번엔 후배가 전화를 걸어옵니다.
『 전 그냥 조촐하게 스키장 가는데 선배는 뭐하실 건가요? 』
스키장이 조촐한 거냐?  자랑하려고 전화했다고 그러지 그래!
남의 속도 모르고...   하지만 하나도 밉지는 않습니다.
물론 부럽긴 해...   (쓱을넘들 나만 빼고...  훌쩍 훌쩍... -___-)

전화통화를 하고 한가지 새삼 느끼게 된 것은 언젠가 부터 마음의 여유가 없어 진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괜히 뭘 해야 할 것 같고 그냥 바쁘고 조금이라도 일과 관계된 것을 안 하면 큰일 날것만 같고...

직장생활 하던 때는 그저 주어진 일과 어느 정도의 설계공부가 거의 회사생활의 전부였는데 입장이 많이 바 뀐 지금은 마음의 여유까지 없어져서 그냥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달리고 있는 것 같네요.

아는 사람이 전화를 해오면 우선 물어 보는게 바쁘니?  지금 통화하기 괜찮니?
라고 물어 보는게 인사가 되었죠.
물론 저도 전화를 걸게 되면 그렇게 물어보고 시작하긴 하지만, 여가를 즐기고 시간을 쪼개서 일과 전혀 다른 생각도 하고 한 걸음 뒤에서 바라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오늘따라 드네요.

처음 사회생활을 하던 때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죠.
여행을 좋아해서 일단 가고 싶다는 곳이 있거나 생각이 들면 그날 밤이라도 배낭 메고 달려 갔었죠.
밤차 타고 가기도 하고, 차를 가지고 악셀을 밟고 쌩~~하니 서울을 벗어나 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상상도 하기 힘든 그런 마음의 여유가 그립네요.

언젠가 퇴근후 도서관에서 자격시험준비를 하던 때가 있었는데 재수생들의 하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죠.
『넌 요즘 몇점 나오니?
    응 저번 모의고사는 몇 점 인데 아직 더 해야겠어.
   그래도 그 정도면 연고대는 쓸 수 있잖아.
    하지만 안심은 안되지 오늘은 뭐하니?
    오늘은 목요일이잖아 그래서 오늘은 그냥 맘 편하게 그냥 놀아.
    아~~  목요일이지 나도 너처럼 목요일은 공부 안하고 있으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어 책을 펴지 않으면 떨어진다는 생각에 초조해져.
    나도 그랬지 그런데 그런 긴장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능률에 방해도 되지!
    그래서 난 목요일이면 학원 끝나고 그냥 영화도 보고 잠도 자고 지내잖아.
    그렇게 하루정도 여유를 가지면 좀더 능률이 오르고 집중력도 생기더라.』

저녁시간 동대문 도서관 매점에서 그 얘기를 듣고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죠.
아~~그렇구나 내가 마음의 여유도 없이 그냥 허둥대기만 했었구나...
물론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옳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고 싶다는 것도 아니지만 언젠가 부터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자신을 그 친구들이 일깨워준 것이죠.
그 이후 부턴 일부러 라도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려고 했고 그래서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있었죠.
지금은 또 많이 바뀌어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달려만 가고 있지 않나 걱정이 됩니다.
때론 한발 비켜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싶습니다.

새벽이 깊어 지금은 비가 오고 천둥번개까지 치네요.
오늘은 게을러서 저녁조깅도 못했죠.
유일하게 마음의 여유를 갖는 시간인데 놓쳐 버렸네요.
그렇다고 비가 오는데 우산 쓰고 나갈 수도 없고...
아직도 눈이 내리지 않은 서울의 12월 하늘은 그렇게 비를 내려주고 있습니다.




궁핍하므로 갖는 여유

                     조성심

하늘이 비어 있었다
가진 것 없는 내가
그나마
목을 늘이고
바라볼 수 있는 건
끝간데없이 비어 있음 때문이다.

채워져야 한다고 이름지어진 것들이
내게는 비어 있었다.
두서없이
이것 저것 갖다 대며
채우려 애썼으나
어긋나
버려지는 것들이 더 많았다.

비어 있으므로
얼마나 아름다우냐
눈물방울과 땀줄기로
가파르게 넘어가는 고개에서도
가슴 깊이 들이 마시는
청량한 바람만으로
얼굴 가득 웃을 수 있었다.





  겨 울 비

                  신순균


다사다난 했던
길목에서
한 해를 접는 어느 날
비가 내린다

지난 날을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가을은 가고
벌써 겨울이 온다

겨울에 내리는 비
밭에도 산에도
대지 위에도
사람들의 마음에도 내린다

메마른 마음에 내린
비 때문에
오늘을 정리하고 내일을 다시 연다






겨울비 오는 창가에서

                     최제형(源谷)

비가와도 나는
창가에 앉아 있다.

어차피 이곳은
홀로 있을 나의 자리

처연한 날들을 어찌 보내고
저 비는 또
새봄을 재촉하는 걸까

겨울비가 온다
질퍽질퍽
겨우내 얼었던 하늘 끝에서

삼동보다도 더 추운
IMF 한파에
어서 새싹 돋으라고
소리내지도 못하고 겨울비가 온다





       겨 울 비

                       조성심

오실 때 되지 않았는데도
더 이상
못 기다리노라
내게 와서는

차마 문 두드리지 못하고
추적추적
한 밤내
내 방 창 앞에 내리면서

잠 못 드는 나를
흔들어 놓고
내 깊은 혼까지
물결지게 하고


그대에게
다가설 수 없어도
온몸에 묻어나는
그대의 젖은 향기




-- 만일 우리가 인생을 즐기기를 원한다면, 내일이나 다음 해, 혹은 죽은 후의
    어느 때가 아니라 지금이 바로 그때다.  다음 해의 더 좋은 인생을 맞이하기
    위한 최선의 준비는 이 해에 완벽한, 조화있는, 즐거운 인생을 이어가는
    것이다.  현재 풍성한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미래에도 풍성한 인생
    을 즐길 수가  없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을 가장 경이로운 날로 만
    들어야 한다.
                                                          토마스 드라이어 (Thomas Dreier)

                                                                         - 오늘 짱이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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