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 하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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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야마꼬 일기를 보다가 기분이 상했다. 야마꼬가 어렸을 때의 기억인데 가족끼리 강가에 놀러갔다가 벗기 싫은 옷을 억지로 벗었는데 아이의 몸은 멍투성이였다. 새엄마의 폭력을 알아차린 아빠가 아이들을 멀리 떼어놓고 한참만에 고기를 구워 아이들을 불렀는데 그 고기가 새엄마의 그것처럼 느껴졌다는 감상. 그리고 고기를 굽는 넓적한 돌에 뿌려진 핏자국을 보았다는 이야기. 내가 그동안 야마꼬 웹툰을 좋아했던 건 시니컬한 센스와 성인용 유머 때문이었지 아물어진 상처를 뜯어내 피 뚝뚝 흐르는 장면을 보고싶은게 아니었다. 폭력과 가난은 대물림되고, 결핍된 인간은 또다른 결핍이나 과잉을 낳는다. 세상엔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그 비극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을 수 있는지도 이제 나는 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야마꼬를 두고 어렸을 때의 비극을 팔아 돈을 번다고 했다. 그 당시엔 굉장히 잔인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지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마련인데 단지 그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로 비꼬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데 오늘 그 이야기를 보고 치밀어오르는 구토감을 느끼며 나는 절대로 그 비극을 돈 주고 사보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득, '나는 야마꼬툰의 개그도 이해할 수 있다'는 우쭐함이 아니라 '그런식의 불편한 이야기를 만화로까지 보고싶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내가 어느새 어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중학교때 처음 시위대의 구타 장면을 보고 어쩌면 세상에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엄마에게 울면서 물어봤던 그런 날도 있었구나. 저런 노인을, 곤봉으로, 어쩌면 그렇게 잔인할 수가 있어, 대낮에 저런 일이, 대로변에서 일어나다니, 그 때의 절망감과 충격이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구나. 정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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