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분이 좋다.   un.
  hit : 3396 , 2011-04-05 13:48 (화)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계속해서 나 자신 속으로 침잠하고 있었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해서 이런 성격이 됐는지
어린 시절에 나에게 일어난 일이 지금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계속해서 생각하고 알아내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그 과정에서 물론 성과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해본 결과
두 가지 큰 원인이 있었다.
첫 째로 내 외모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다는 점.
이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면서 해결할 수 있었다.
나는 충분히 자신을 가져도 좋을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
충분히 칭찬을 들어왔는데도 나는 일그러진 자아상만을 계속해서 가지고 다녔었다.
둘 째로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 익숙지 않다는 것.
부모님과는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내가 오늘 버스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학교에서는 누구와 밥을 먹었고,
무엇을 배웠고, 어땠는지-
아무도 물어보지도 않고 내가 먼저 이야기 하지도 않는다.
사소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감정 표현이 없어진다.
가뜩이나 품고 있는 증오와 분노가 많아 그것을 억압하느라고 애를 쓰고 있는데
사소한 이야기라는 긍정적 감정의 분출구까지 닫고 있으니,
내 안에는 온통 감정의 덩어리들이 소용돌이 치면서 갈 길을 잃고 결국에는 썩어 버린다.
늘 무거운 마음을 갖게 되는 이유이다.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지를 않으니 처음 보는 사람과 가까워질 수가 없다.
내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으니 상대도 나를 잘 알 수 없고
나도 상대를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과 잘 친해지지 못한다.

지금까지는 이런 분석만을 끊임 없이 해왔다.
이것이 '반추사고'라는 것을 최근에 어떤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왜'를 끊임없이 추적하는 사고.
'어떻게'할지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며 왜 나는 이렇게 느끼는가,
에만 집중하고, 원인을 찾으면 바로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똑같이 '왜'를 찾는 일에 착수하는 것.
원인은 알았지만 해결할 수는 없는 반쪽짜리 사고 방식이다.

이제 '반추사고'에서 벗어나 '어떻게'를 생각해 볼 차례이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은 이미 회복됐다.
대중매체로 인해 생겼던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이 대학교에 와서 깨졌다.
나는 나다.
어떠한 기준에서 얼마만큼 못 미치는 여자애가 아니라,
그냥 나는 60억의 사람들 중 하나이며, 나 같이 생긴 게 나다.
완벽에서 몇 쯤이 모자란 내가 아니라,
그냥 나 자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거기에는 나 자신을 조금 더 꾸밀 수 있는 경제적인 뒷받침이 동반되었다는 중요한 사실도 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머리도 바꾸고 옷도 사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내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소한 이야기를 하지 않음으로써 친구와 친해지지 못하는 것.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까?
1. 엄마와 동생한테 오늘 하루에 대해서 매일 매일 이야기 하기
2. 하루에 3번씩 사소한 이야기를 하며 감정 표현 하기.

일단은 이것부터 실천해야지.
그리고 2번은 이미 오늘 오전에 한 번 했다.
별 얘기를 하지 않던 친구를 등교길에 만나서
'날씨 좋다, 염색한 거 잘 어울린다, 아 난 영어 수업이 싫다' 등등의 사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웃기도 했다.


반추사고에서 벗어나니까 훨씬 홀가분한 기분이다.
오늘 날씨가 좋은 탓도 있겠지만♡

리브라  11.04.05 이글의 답글달기

저랑 비슷하네요, 반추사고. 힘내봐요 우리. 봄바람처럼 가볍게 가면 어때요?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무거운 사람은 되지 말자구요. :)

李하나  11.04.06 이글의 답글달기

봄바람처럼 가볍게- 좋은 말이에요. 봄이니깐♡

억지웃음  11.04.06 이글의 답글달기

저도 소극적으로나마 시작한 하루에 세가지가 있는데 미니미님도 실천하시는
계획이 있네요^^ 뭔가 홀가분하고 마음이 편해지는게 좋더라구요~~

李하나  11.04.06 이글의 답글달기

맞아요, 걱정만 하는 것보다는 더 낫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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