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ny - 화창한,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hit : 2956 , 2011-05-22 20:43 (일)
영화 <써니>를 보고 나와 CGV압구정앞 벤치에 앉아 담배를 한대 피우는데,
오후 6시가 되어 가는데도 햇살이 눈부셨다.

압구정역 앞을 오가는 sunny한  청춘들을 보면서도
터널처럼 암울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참 좋은 때구나.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라는 라는 생각은 어쩔 수 없다.

영화는 나미(유호정)가 암으로 죽어가는  학창시절 친구 춘화를 병원에서 우연히 만나며 시작된다.
춘화는 그녀에게 학창시절 서클  <써니>의 멤버들을 만나게 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멤버들을 찾으면서, 잊혀졌던 기억들이 호출되고
영화는 스물 몇해의 시간차를 두고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나미, 춘화, 장미, 금옥같은 이름으로
학창시절의 그녀들과  40대의 그녀들을 매칭시키고
그 변모에 낄낄대게 되는 것이 이 영화의 재미지만, 
동시에 40대의 그녀들이 (혹은 내가) 잃어버린 빛이 무엇인지를 묻게된다.

나를 떠난건 우선 젊음이겠지만,
함께 떠난 것들은 위태로움, 예민함, 불안같은  감성들이고
아마 그 것들은 "성장통"을  만드는 한 부분일 것이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라고 말한 이는 시인 함민복이다.

소년이 어른이 되는 경계쯤에서  찾아오는 것이 성장통이고,
지나보니 그 통증은 꽃처럼 아름답더라.

어쩌면 이제 내가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아름다움은
어른 나미역의 유호정 같은 깊고 따뜻한 눈빛이겠지만
저자거리의 내 삶에 그 깊음은 아주 잠시 찾아오고, 
그마저 언제 나를 찾았는지 아득하다.

학교에서 총검술 16개 동작을 가르치던 시절에 학교를 다닌 나로써는
<말죽거리 잔혹사>같은 영화가 더 사실적이고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역사가 있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영화의 메시지는 따뜻하고
오래만에 듣는 보니엠의 sunny, 조이의 Toutch by touch는 여전히 흥겹고 좋았다.







리브라  11.05.22 이글의 답글달기

저는 아직 대학생이지만, 나이가 들면 저도 유호정씨 같은 눈빛의 깊음을 갖고싶다고 생각했어요. 글 잘읽었습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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