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9시나 되어서야 일어난다. 그런데 오늘은 새벽에 집이 시끄러워서 5시 30분에 일어나버렸다. 당연히 다시 잠들었다. 그 사이에 꾼 꿈이다.
어차피 여기엔 내가 아는 사람이 없으니 털어놓는 것이지만, 나는 아버지에게 많이 맞았고, 그러면서도 한 번도 반항하지 못하며 살았다.
그래서 늘 마음 속으로만 분노와 증오를 품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의 육체적인 폭력은 없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나는 아버지의 물리적 힘 앞에 무력해진다.
그런 분노가 내 안에 쌓여있었는지,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꿈을 꾸었다. 아버지의 핏발 선 누런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망치를 꺼내들고 대들었다. 죽여보라고. 아버지는 내 것보다 더 큰 망치를 들고 나를 위협했다. 두려웠다. 저 망치가 나를 내려칠까봐. 정말 컸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대들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망치를 빼앗았다. 내가 두 개의 망치를 가지게 되고 아버지 손에는 아무런 무기가 없게 되었다. 나는 두 개의 망치를 모두 높이 들었다.
아버지가 꼬리를 내렸다.
-
이제 아버지는 예전처럼 나를 때리지 못한다. 나는 이제 20살이고, 아버지도 많이 약해졌고 어머니는 강해졌다. 내 동생도 많이 컸다. 나의 편은 늘었고 나의 편은 강해졌다. 나 또한 강해졌다. 반대로 상대는 약해졌다.
-
나는 이제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화가 나면 화를 내라. 증오스러우면 증오해라.
고인 물은 썩는다. 내 안에 있는 썩은 물을 흘려보내야 그래야 깨끗한 물을 채울 수가 있다. 썩은 물을 흘려보내면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가 간다고 혼자 떠안고 있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그 물을 썩게 만든 사람에게 흘려보내라. 그 썩은 물은 그 사람이 감당할 상처지, 내 것이 아니다.
고인 물. 썩은 물. 분노. 증오. 모두 방출하고 흘려보내서 깨끗해져야 한다. 깨끗한 물을 다시 담을 수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