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많이 좋아.   현실체험기
  hit : 3191 , 2011-08-30 10:40 (화)
 몇년이 지나서 말을 걸어도,
 어제 대화하고 헤어진 것처럼 대답하기.
 오랜만이다, 라고 말하지 않기.



 훗. 우리가 그런 사이긴 하지, 뭐해 요즘
 일해
 어머, 취업한거야?
 응 이제 직장인아저씨 됐어.
 넥타이맨인거야?
 아니, 넥타이는 안 매 ㅋㅋ, 광화문역 근처에서 일해, 8년만에 서울특별시민 됐다
 그럼 어디서 먹고 자?
 영등포구청 옆에 근처야. 니가 놀러올까봐, 회사에서 주는 생활관에서 지내.

 하긴.
 내가 오빠 대학생활할때도 많이 놀래켜줬지.
 대구에서 인천 인하대로 대학생활을 했던 오빠는,
 대구에 있던 국립대에 입학할까
 꿈이었던 인하대 기계항공 공학부에 입학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인하대로 입학하고
 인천으로 떠났다.
 
 내 초등학생 시절부터, 한살 많은 오빠는,
 든든한 선배였고, 친구였고, 또 친오빠 같은 사람이다.
 내가 오빠라고 부르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 그중 제일 소중한 하나. 
 
 대학 입학을 하고서, 군대를 다녀오고, 강원도 홍천에서 군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많은 편지를 주고받고 전화통화도 하고.
 다시 대학생활을 하면서는 일년에 단 두번 만날 수 있었다.
 명절.
 추석과 설날, 단 두번 대구에 내려와서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들 중 하루를 나와 함께 보냈다.
 
 책을 좋아하는 오빠와 나는,
 만날때마다 교보문고로 가서, 서로에게 그간 봤던 책 이야기를 하고,
 한권씩 추천해주고 선물로 주고받고, 차 한잔하고 밥도 한끼 먹고 가끔 영화도 보고.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먹고,
 사진찍는 취미를 가진 오빠는 항상 카메라를 가져와 사진을 찍고.
 
 나와 똑같은 성격을 가졌지만,
 나보다 한살 많다는 이유로, 나보다는 어른스러워야지, 하면서 의젓해지려고 노력했던 사람.
 자신도 힘들고, 감정적이고 여린 성격인데, 내색하지 않고
 언제나 투정부리고 땡깡부리고, 힘들다, 죽고싶다는 말을 입밖으로 쉬이 꺼냈던 나를
 다독이고, 다독이고, 가끔 혼내기도 하면서
 " 넌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도, 나한테는 어린이야. " 라고 말했던.

 내가 참 많이 힘들어할때,
 인천에서 와주지 못해 미안해하며, 말해줬던 이야기들.
 
 [ 가끔 너때문에, 대구에서 그냥 대학생활 할껄.. 후회해. ]
 
 손사레를 치며, 오빠 꿈이잖아, 인하대 간거 잘한거야, 후회하지마.
 나 괜찮아, 씩씩하잖아 미안, 히히. 하면서 웃었던 그때.
 
 대한민국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어, 결혼해서 와이프에겐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홈피에 적어놓고,
 너 ! 나랑 결혼하자, 라고 했었던 나의 오빠. 
 특히 너 ! 라고 꼭 집어 나를 가리켰던 사람.
 




 취업해서 다행이다, 요즘 청년실업이 문제잖아.
 잘되긴, 에휴. 꿈 많던 나는 어디가고 ㅠ
 그게, 나이를 먹다보면 그렇게 되더라, 오빠만 그런게 아니야, 남들도 다 그래...
 여기서 다시 꿈꿀려고 책도 좀 읽고 공부도 하고 그래.
 응, 한자리에 멈춰있는것보다, 자꾸 움직이고 걸어나가. 그게 나아.
 니 좌우명?
 응 내 좌우명. 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ㅋㅋㅋ 알지?
 피식. 나 비행기 탈 때 우는걸 녹음시켜놨어야 했는데.
 누가?
 너 !



 아.
 언제고부터 방학되면 일주일씩 내려와서 나랑 시간을 보냈던 사람이,
 배낭여행이다 뭐다 자꾸 사라졌었다.
 인도여행, 필리핀여행, 호주여행.
 
 준비하면서 귀뜸도 안 해주다가, 어느날 갑자기
 " 오빠 인천공항이야.. 다녀올께- 밥 잘먹고, 울지말고. "
 일하다가 갑자기 그 목소리에 사무실에서 펑펑 울어버리곤 했는데.

 


 흥, 감동이지 않았나? 어느 여자가, 울어주겠어.
 녀석아, 그래서 행복하더라.
 나 예뻐?
 이쁜 생각을 많이 해야 이쁘지.
 흥. 그럼 그래도 옛날보단 어른같애?
 좋아. 많이 좋아. ㅋㅋ
 히힛.
 나보단 어린이지만. 캬하하
 오빠나 나나, 오십보 백보거든? 딸랑 한살갖구 자꾸 어린이어린이 해.
 그래, 나도 요즘 그런 생각해, 아직 멀었다고, 어른이 될려면.
 어린이 Jake.
 






 +) 
 옛날보다 어른같애? 라고 묻고서,
 좋아, 많이 좋아. 라고 웃는 오빠 대답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스스로 대견해서.
 그래도 이만큼 버텨오고, 내가 살아왔구나...
 예전보다 많이 밝아진 내 모습이 보기 좋다고, 이제사 내동생 같네, 라는 말에
 숨죽이고 눈물을 쏟아냈다.

 더 밝은 모습, 예전의 박진아로, 돌아가기.
억지웃음  11.08.30 이글의 답글달기


밝게밝게~~ ^^
매력적인 향월님!

向月  11.09.02 이글의 답글달기

아, 이놈의 매력..
꺄핫 >_

向月  11.09.02 이글의 답글달기

와. 나 칭찬받은거 맞죠? 히힛.

youlike06  11.08.31 이글의 답글달기

오랫동안 나를 지켜본 사람이 나에대해 이야기해주는것은
아무리 농담조라고 해도 진심이 베어있겠죠.
옛날보다 어른스러워지고 밝아졌다는 모습이 참 잘되고 다행이네요^^

向月  11.09.02 이글의 답글달기

그래도 한번씩 어린이로 돌아가버려요; 철없이 굴고, 떼쓰고 투정부리고, 그냥 대책없이 울어제끼고, 저질러버리고.
잘 지내고 있어요, 슬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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