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hit : 2973 , 2011-12-31 16:39 (토)

밤이 지나면 이제 마흔 여덟이구나.
그말은 니가 밥벌이를 시작한지 이십년이 되었다는 이야기구.

그래....
정말 장하다.
나도 니가 이렇게 오래 버틸줄 몰랐어.

학교를 떠나는게 무서웠고 
밥벌이를 위해 쌓아놓은 지식도 없었고
동기들중에서도 유독 말이 없고, 내성적이었던 너였으니까.


돌이켜보면, 출근하기가 너무 싫어 교통사고를 바라기도 했었고
보고서는 줄기도 못잡았는데 사무실 유리창밖으로 하얗게 터오는 여명에 울고 싶을때도 있었지.


그래도 어때?
돌아보니 못할 짓도 아니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했지?


어느새, 귀밑머리는 하얗고
눈은 침침해지고
꿈은 어느새 모래알처럼 내 손가락 사이를  모두 빠져나가 버렸지.


가끔 생각한다.
이제 내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 있기나 한걸까?

그렇다고 슬프지는 않아

이제 난 스물여덟이 아니지만
젊음을 잃고 얻어낸 뭔가가 내속에 있을거라고 믿는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지만.


다만, 이십년전 세상이 두려웠던 청년 오창근에게 말해주고 싶다.
막상 해보면 별로 두려운 일은 아니라고.
항상 뛰어들기전이 가장 두려운 법이라고.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너의 직장생활 20년을 열렬히 축하한다.

사랑아♡  11.12.31 이글의 답글달기

블루님 고생이많으셨던만큼 2012년도에는 행복한일 가득하세요^^ 인생선배로서 좋은말들 많이해주시고 감사합니다.내년에도잘부탁드릴게요 블루님에게 많은걸 배워가요~^^

yeahha  11.12.31 이글의 답글달기

감동적이에요.. 막상 해보면 별로 두려운 일은 아니라고, 저도 어쩐지 위로를 받게 되는 글이네요.
저도 함께 20년 축하해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jswogudwn  11.12.31 이글의 답글달기

프러시안 블루님 글 중에 진짜;;; 깊게 동감하는 거 하나가
"보고서는 줄기도 못잡았는데 하얗게 터오는 여명에 울음이 터질뻔도 했지"
전 대학원 과제따위였는데도..ㅠㅠ 옆에선 잘하는 애가 미리미리 준비해놓은 자료들로 잘 하고 있는데, 저는 줄기도 못 잡으니까 엉망진창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 해서 진짜 남들 안보는데 가서 울고싶은데, 눈물도 안 나는 ㅠㅠ
세상은 정말 생각보다 따뜻하겠죠? 프러시안블루님 자기 위로글인데도 한줄기 희망을 얻어갈래요.
프러시안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티아레  12.01.02 이글의 답글달기

스무해를 맞으시는군요.
큰 성취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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